[창간기획] ⑩세계일류국가의 근본 '기술'..."기술과 가정 분리해 공학교육 제대로 해야"
[창간기획] ⑩세계일류국가의 근본 '기술'..."기술과 가정 분리해 공학교육 제대로 해야"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0.11.07 21:5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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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3. 이공계 공부의 확대 강화③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자녀에게 육체노동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사기와 도둑질을 가르치는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사농공상(士農工商) 중심 사고방식이 남아있는 사람들은 육체적인 일을 천시하고 머리 쓰는 일만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에서 최고의 기회는 상공(商工)에 있다.

변방 여진족이 청으로 부강한 것이나 섬나라 영국, 훗날 독일과 서북유럽, 미국, 일본, 한국, 오늘날 중국이 세계에 우뚝 선 것은 모두 장인(匠人, 기술자)과 상인에 대한 우대이다. 위정자들이 상공을 천시하고 쇄국하면 북한처럼 된다.

최근 강조되는 역량(competency)은 산업혁명 이후 줄곧 요구한 상공업에서의 직무수행능력이다. 그 상공업의 역량을 익히는데 가장 적절한 교과는 ‘기술’이다.

초중등학교 기술교육은 가정과 통합되어 2균분된 기술·가정과 교육이다. 통·융합이 아무리 중요해도 전문 직업기술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이런 통합은 불합리하다.

현재 초등에서는 5학년부터 실과 교과에서 생활기술을 가르친다. 중학교에서는 기술·가정을 반반 가르치고, 고교에서는 기술에 관련된 다양한 선택과목이 있다. 대학에서는 공학(engineering)을 가르친다.

공학은 법학, 경영학, 의학과 함께 전문대학원(professional school)의 4대 축으로, 미국 등지에서는 의사 다음으로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가 좋다. 최근에는 AI 등 첨단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의 ‘몸값’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공계 대학과 공학의 위상에 비추어 볼 때, 초중등학교의 기술교육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 학교교육에서 기술교과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낮다.

기술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초등은 실과보다 ‘생활’ 기술, 중학교는 ‘직업’ 기술, 고교는 ‘공학’ 혹은 ‘과학’ 기술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대의 산업은 점점 R&D(연구개발)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고교에서는 기술의 하위분야인 제조기술, 건축토목기술, 수송기술,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농림어업기술 등을 한 학기에 한 과목씩 집중해서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적정한 수업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학교마다 과목별 교원을 모두 배치할 수도, 값비싼 시설과 장비, 재료를 다 지원할 수도 없다.

교육청이 각종 장비와 전문 교원을 갖춘 기술특장차량(3D프린터, 레이저 커팅기, 로봇, 정밀기기, 목공기기 등을 갖춘 차량)을 개발하여 각 학교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당 1-2시간 가르치기보다 시설과 설비를 갖춘 곳에서 전문교사가 한 학기 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교사양성 측면에서 기술교사는 충남대, 교원대, 세한대, 공주대(기술가정과) 4곳에서 양성되는데 반해, 가정교사는 고려대, 경북대 등 10여개 대학에서 양성되고 있다.

기술과가 학교교육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술교사를 양성하고 기술과를 연구하는 대학이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지능정보화될수록 우수한 이공계 교사 확보는 점점 어려워진다. 미국에서도 수학, 과학 등에서 우수교사를 초빙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유수한 공대의 상위 10% 성적우수자가 교직을 이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사대 해당 학과성적 상위 10%에게만 교직이수기회를 주는 규정을 일괄 적용하고 있다.

우수한 이과 인력을 교원으로 확보하려면 수능 과탐 1,2등급자가 공대를 졸업할 경우(또는 상위 20개 대학 정도) 하위 20%의 불성실한 학생을 제외하고 교직과정을 이수하면 교사자격증을 주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기술교육의 방법 면에서는 외국의 기술교육처럼 문제해결에 기초한 실천적 체험 활동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은 프로젝트법을, 일본은 실천적·체험적인 학습활동을, 영국은 문제해결의 과정을, 독일은 일상과 직업 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행을 강조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프로젝트 학습은 학생들의 기술적 소양뿐만 아니라 기술 능력과 직업 탐색 능력을 함양하는데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내용보다 방법, 즉 ICT, AI 교육과 이들의 설계기반이 되는 제조기술의 융합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기술교육에서는 핵심역량을 익히기 위해서 ‘핵심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도록 해야 한다. 핵심 프로젝트는 이론을 넘어 실제로 해당 기술을 할 줄 알도록 익히는 수업을 말한다.

Dewey가 말한 ‘행함으로써 배운다(learning by doing)’와 같이 해봄으로써 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가령 대학의 간호학과에서는 핵심기술 20가지를 공부한 다음 임상시험을 거치고, 건축학과에서는 작은 주택 설계에서 대단지 설계까지 익힌다. 이처럼 제조, 건설, 수송,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각 기술마다 핵심역량을 익힐 수 있는 핵심 프로젝트의 발굴과 실행이 요구된다.

핵심역량을 익히는 핵심 프로젝트는 해당 교과의 핵심질문에 대답하는 핵심성과 지식과 기술, 태도와 가치를 아울러 익히는 종합성, 조사, 실험, 실습, 제작, 실기 등 직접적인 행동과 수행을 요구하는 실제성을 띤 것이다.

이는 기획-진행-활동-산출물 평가 과정을 거치는 체계적이고, 협동적이며, 중장기성을 띤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서 학생들은 창의적 문제해결력과 진로개척력을 기를 수 있다.

기술교육의 발전은 이러한 핵심 프로젝트의 발굴과 그 실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교육목표 달성에 중요한 지식의 체계 혹은 지식의 구조를 확연히 알도록 핵심 프로젝트를 해봄으로써 깊은 이해(deep understanding)와 제대로 잘 할 줄 아는 능력(high performance)을 길러주는데 있어 기술교육은 으뜸이다.

핵심 프로젝트의 10가지 특성
핵심 프로젝트의 10가지 특성

모든 사람의 공식적 최종교육은 직업(준비)교육이다. 학교교육의 성과는 1인 1직(전공 직업기술), 1외국어, 1체, 1예로 마무리된다. 전공은 결국 어떤 분야의 직업기술이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특히 청년실업이 급증하는 시대에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보는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미국과 달리 수리하고 제작해보는 차고가 없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창작의 기쁨을 누리도록 메이커스페이스를 학교에 설치 운영하고, 기술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기업가정신(도전, 창의, 성취, 협력)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다만 열의 있는 교사가 전보이동하면 그 운영이 시드는 것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종합해보면 학교교육에서 기술교육을 확대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누구나 직업준비 교육과정, 직업기술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 사회에 진출하도록 한다.

중학교만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은 일정기간 직업기술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한다. 특성화고(직업계 고교) 지원자는 절대 불합격시키지 않는다.

둘째, 학교진로교육의 핵심을 각자 자기 길을 찾아가는 데 둔다.

중고교 교육의 최고 성과는 학생이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찾는데 두고, 이에 바탕하여 고교부터는 진로별 교육을 실시한다.

셋째, 통합된 기술과 가정을 분리하고, 기술교육은 초등의 생활기술, 중학의 직업기술, 고교의 공학으로 발전하도록 계열화한다.

또한 ‘수학-과학-기술공학’의 연계를 갖되 기술이 과학에 묻히지 않도록 유의한다.

넷째, 우수한 기술교사를 확보하기 위해 과탐 1,2등급 학생이 공대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면 기술공학 교사자격을 부여한다.

유수대학이 기술과 공학 교사 양성에 협조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한다. 또한 교대 입시에서도 이과 출신에게 가산점을 주어 문이과 출신 반반으로 초등교사를 임용하도록 한다.

다섯째, 직업기술의 핵심역량을 익히기 위하여 제조, 건축토목, 수송, 정보통신, 생명공학, 농림어업 등 직업기술 분야의 핵심프로젝트를 발굴하여 중장기적으로 실시한다.

여섯째, 기술교육에 포함된 발명 단원과 직업기술을 활용하여 청소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길러준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발명 프로그램 및 대회가 있다. 발명에 필요한 기법을 기술교육에서 학습할 수 있어 타 교과보다 연관성이 깊다. 발명 아이디어 제시에서 더 나아가 체득한 직업기술로 실제 제작, 판매까지 연습하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면 도전과 개척, 창의와 성취의 기업가정신을 길러줄 수 있다. 이들이 장차 창업, 창직, 가업승계, 취업 등을 펼칠 것이다.

일곱째, 학교기술실의 교사, 시설(실습실, 메이커 스페이스, 창작실), 설비, 재료를 보완하고, 실기 실습 시간을 더 늘려서, 단기집중교육으로 학기당 하나의 직업기술을 제대로 공부하도록 유념한다.

여덟째,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학교를 위해 분야별 시설과 설비를 갖춘 기술공학 특장차를 개발하여 단기집중으로 순회지도한다.

또한 IT, AI 등이 기술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여 첨단과학기술 분야를 지역의 창작교실이나 공방을 통해 방과후, 주말, 방학 등에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한다.

이 때 AI(IT) + X(전공, 직업기술) 형태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메이커스페이스 실기․실습 공부를 강화한다. 가령 전통적인 내연기관 공부는 더 줄이고 2차 전지 공부는 더 늘려야 할 것이다.

과학 이전에 기술이 있었다. 인류문명사는 기술발달사이다. 나노기술은 2년, 의료임상지식은 18개월, 일상지식은 13개월, 인터넷데이터는 12시간마다 배가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강국으로서 세계최고의 가전, 자동차, 컴퓨터, 핸드폰, 선박, 철강, 정유, 의료기술 등을 유지·발전시켜야 하고, 보편적 세계기준을 받아들이고 이를 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의 직업은 점점 R&D화할 것이다. 그 기초는 학교의 과학기술교육에서 출발한다. 학교교육에서 기술이 가정과 얽히고 과학에 묻혀서 점점 힘을 잃어가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학교, 기업, 정부와 지자체는 합심하여 청소년들에게 직업기술을 장려함으로써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조용(2019), “초·중등학교 핵심 프로젝트 교육과정기준 개발 연구,” 박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대학원.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 pilot 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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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균 2020-11-08 14:05:46
참으로 공감되는 글입니다. 우리교육이 미래교육을 지향하려면 변화가 필요한데 이공계통의 좋은 지침이라고 봅니다

박세원 2020-11-08 11:11:06
깊이깊이 공감합니다~
현 대한민국은 이공계교육의 부실화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뒷받침할 수학교육의 양극화와 하향평준화도 해가갈수록 심하구요

정말 날카롭고 정확한 공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잘 지적해주셨습니다
아마도 교육현장에 계셨던 분들이시라면
다들 공감하실겁니다
홍교수님 속시원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윤서진 2020-11-08 10:55:18
좋은 내용의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계일류국가의 근본이 기술이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기술과 가정 교육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또 수학-과학-기술공학’의 연계를 갖되 기술이 과학에 묻히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는 의견도 꼭 반영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공감백배 2020-11-08 10:37:08
실과과목이라도 미래를 대비한 SW교육이 포함된 것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보다 교수님들의 생각이 더 중요하셨는 지 그동안 열심히 연수했던 H로봇이 아닌 N로봇이 들어온 것은 오히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시는 선생님에게 독이 되어 SW교육이 활성화되는 데 방해가 된 것은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입니다. N로봇도 장점이 많아서 선택된 것이 겠지요. 그러면 N로봇에 대한 교사연수가 이루어져야 하는 데, 전혀 그런 부분이 없었지요. 그래서 실과 교과서의 발명과 로봇 파트의 5~6페이지는 아예 다루지도 않는 상황이라는 것 인지하고 계셔야 합니다. 위에서 정책을 결정하시는 분들의 공무원 연금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 먹거리 교육을 충실히 했을 때 벌어다 줄 수 있는 건데. 왜 가장 중요한 것을 인지 못하실까요?

이경자 2020-11-08 10:26:29
홍후조 교수님같은 분이 교육부 장관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깊은 고민의 힘이 바로 해법이니 실행해하실 만한 분이 책임자 되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