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과 표현이 서로 만났습니다. 뭔 일이 일어날 게 뻔합니다. 정리를 한번 하고 넘어가지요. 먼저, 추상주의. “모든 미술은 여러 가지 추상적인 요소로 이루어지고 상상력, 무의식, 우연성까지도 본질적으로 창조의 요인으로 간주.”다음, 표현주의.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오히려 사물이나 사건에 따라 벌어지는 주관적인 감정과 반응을 표현하는 데 주력.”둘을 섞으면(추상표현주의), “눈에 안 보이는 감정을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린다.” 간략하게나마 이 정도로 정리가 되겠습니다. 여전히 ‘안 보이는 뭔가를 그린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군요. 아주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피하고 싶지만 피하지 못할 대목, 어른이 되기 전에 먼저 사춘기를 겪듯이 현대미술도 그렇다는 소린데요. 까다로운 현대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려면 지금부터 나오는 ‘추상과 표현’을 꼭 만나고 가야 됩니다. 싫거나 귀찮다고 그냥 건너뛰지는 못합니다.13살 어린이가 곧바로 20살 청년으로 점프를 못하듯이, 질풍노도의 무시무시한 ‘중2’를 거쳐야 고삐리도 되고 군바리도 되고 그러는 거지요. 학교 갔다 오자마자 방문을 ‘탁!’ 걸어 잠그던 저희 집 (연년생)애들만 해도, 한 놈은 벌써 제대날짜
지난시간에 빈센트 반 고흐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냥 넘기지 못할 부분이 있어서 좀 더 할까 합니다. ‘우끼요에(일본전통 채색목판화)’를 향한 그의 과도한 애정부분입니다. 저는 솔직히 일본그림은 싫은데요. 싫은 그림도 소개하기로 했으니 싫어도 해야 됩니다. 먼저, 지난 시간의 이런 대목을 상기해주시길.한 번 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꽤 중요한 대목이라 그렇습니다. ‘얕게 칠한다’는 건 단순히 물감을 ‘
가벼운 기분으로 출발했는데, 벌써 세 번째 순서가 되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길게 늘여서 하는 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번시간에는 꼭 마치도록 하겠습니다.좀 일찍 죽은 천재라면, 아무래도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꼭 넣어야겠지요? 저번에 잠시 말씀드렸지만, 고흐는 과대평가된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그를 띄운 점도 있고(일본판화가 인상파에 끼친 영향 때문에), 작품자체보다는 그의 드라마틱한 삶 때문에 그렇게 된 면도 있지요.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흐의 작품가치가 뚝 떨어지는 건 아
‘왜 계속 국내작가만 나오느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한분만 더 소개하고, 얼른 물을 건너가겠습니다. 입니다. 조각가가 자신의 얼굴을 빚으면 그리 부릅니다. 회화에서 자화상처럼 그렇지요. 권진규(1922∼1973). 조각가. 목매어 자살. 미술교과서에도 나오는 분입니다. 51세에 가셨으니 요절이라고 보긴 뭣합니다. 애초 정해놓은 ‘40세 이전’이라는 기준에도 안 맞고요. 하지만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한국화단 전체의 연대기적 나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기준을 (제멋대로)적용해보았습니다. 맞
“요절과 예술은 어느 정도 상관(相關)이 있을까요?”‘천재 게이들’을 읽었다며 지인이 물어왔습니다. ‘요절’은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옵니다. “요절(夭折 : 일찍 죽을 요, 꺾다 절). 명사. 젊은 나이에 죽음.”바스키아와 헤링은 둘 다 일찍 죽었습니다. 28살과 32살. 남의 죽음을 두고 이렇게 표현하긴 뭣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라 생각됩니다. 해서 한번 짚고 넘어가볼까 합니다. 앞으로 다루려는 ‘표현과 추상’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무관하지 않은지’는 나중에 각자 가늠해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2가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겠습니
미리 밝히고 가겠습니다. 저는 성(性)적 차별을 싫어합니다. 동성애든, 이성애든, 양성애든, 무성애든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고 봅니다. 앤디 워홀(1928-1987)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그가 게이라서 싫은 건 아닙니다. (남자동성애자를 흔히 호모라고 부르는데, ‘호모’라는 단어는 가급적 안 쓰는 게 좋습니다. 왜 그런지는 직접 찾아보시길.^^)같은 부류라도 바스키아는 그리 싫지 않습니다. 원래 싫은 데는 이유가 없는 법입니다. “그냥 싫다”는 것, 그게 유일한 이유지요. 그를 싫어하는 건, 그저 제 취향일 뿐이랍니다. (일단
앞으로 다룰 주제는 ‘표현과 추상’입니다. 현대미술의 핵심키워드지요. 표현과 추상이라니... 좀 무섭게 생겼네요. 하지만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녀석들입니다. 그 전에 잠깐 워밍업을 하겠습니다. 가볍게 ‘팝아트’부터 시작하지요. 그림을 보겠습니다. LP음반 겉면에 인쇄된 바나나 그림. 유명한 앤디 워홀의 작품입니다. ‘팝아트의 거장,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를 허문 지존’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가지요. 팝아트는 Popular Art(대중예술)의 줄임말입니다.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탄생했습니다. 왜 생겨났는
잠시 쉬도록 하겠습니다. 지나온 길을 한번 되돌아볼까요?28. 빈집, 추억 -‘초현실’이라는 이름/ 29. 몇 가지 질문 -상상력 또는 화두/ 30. 허상에 속지 말고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31. 예술은 선택 -누가 예술을 만드는가/ 32. 변기부터 시체까지 –달과 손가락/ 33. 알몸으로 그림을 –신기한 출발/ 34. 가능하면 적게 -덜 그린다는 의미/ 35. ‘같이 잔 사람들’ -충격과 진정성27회에 다룬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이 첫 번째 고갯길이었습니다. 이후엔 완만한 내리막길. 좀 더 내
오래전 제가 미술학교 다닐 때 “예술이란, 곧 충격(衝擊)이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실기를 가르치던 젊은 작가가 들려주었는데요. 당시 그분은 같은 뜻(예술=충격)을 지닌 국제미술그룹에도 참여해 맹활약 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충격(IMPACT)’은 그들 팀의 슬로건이었던 셈입니다.아닌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 현대미술은 “누가, 누가 더 충격적인가?”를 겨루는 경연장처럼 보입니다. 2014년 여름 영국서 어느 여성작가의 작품이 43억에 팔렸는데, 그림내용이 기가 막힙니다. 제목은 ‘내 침대(My Bed).’ 정
지난 시간에 이어, 희한한 작품이 예술로 대우받는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관련기사를 먼저 보시겠습니다.“-책속의 이 한줄. ‘시끌벅적 맨해튼 남부에 ‘미니멀리즘 화랑’ 몰린 까닭’“우리는 ‘사람들이 무엇이 결여돼 있기에 저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하고 물어야 한다. 그들의 선택에 열광하지는 못한다 해도 그들의 박탈감은 이해 할 수 있다.” ―행복의 건축(알랭 드 보통, 이레, 2007년)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 감정이 영원할 거라 생각한다. 배우 김태희는 세대를 거듭해도 미인의 표상일 것이라고 여기는 식이다. 과연 그럴
‘몬도가네(Mondo cane)’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오래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1962년에 이탈리아 감독이 만들었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영상으로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 뒤부터 ‘엽기적인 행위’를 가리킬 땐 으레 이 말을 썼습니다. “몬도가네가 따로 없다”는 식으로. 주로 언론 쪽에서 이런 표현을 즐겨 쓰는데, 요즘은 좀 뜸한 것 같습니다.1972년에 재개봉됐을 때 저는 극장에서 봤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40년도 더된 옛날입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영환데 어떻게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군요
마르셀 뒤샹의 변기작품 ‘샘’은, ‘현대미술(예술)의 기념비적 작품’이란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 얘기가 아니고 이미 검증 완료된 학설입니다. 미술학교에서 대개 그렇게들 가르칩니다. 우리나라만 그러는 게 아니고 전 세계에서 다 그럽니다. (자존심 센 중국조차 시각은 조금 달라도 일단은 인정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지요.)“냄새나는 남자소변기를 뚝 떼다가 전시한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하실 걸로 봅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하지만 반응은 반응이고 평가는 또 평가라, 별도리 없이 그렇게 이해해야 됩니다. ‘콜럼버스의 달걀’과 비슷합니다
마그리트처럼 파이프를 그린 그림에다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고 글을 써넣는 방식을 활용해 세계적 스타가 된 아티스트를 소개할 차례입니다. 먼저 작품부터 보시지요. 제목은 ‘샘’(Fountain, 1917). 실제 남성용 소변기입니다. 그림이나 사진이 아닙니다. 남자화장실에 가면 쉽게 눈에 띄는 물건이지요. 실제로 쓰이는 이 소변기를 예술작품이랍시고 발표했습니다. 파이프그림이 진짜파이프가 아니듯이 이 변기는 진짜변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게 무슨 소릴까요?앙리 로베르 마르셀 뒤샹(1887~1968). ‘현대미술에
“응가인지 된장인지 구별 못하냐?”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응가는 응가고, 된장은 된장입니다. 너무 당연합니다. 그런데도 꼭 찍어 먹어봐야 구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 사람이 있기는 있는 모양입니다.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만.“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는 말은 성철스님이 남긴 유명한 법어지요. 헌데 이런 하나마나한 소리를 스님은 대체 왜 하셨을까요? (응가와 된장을 구별 못하듯이 산과 물을 제대로 구별 못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았던 게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사자후를 토하셨을 리가 없겠지요.^^)자, 지난시간에 이어
“문제는 상상력이야.”예술이야기를 나눌 때 꼭 등장하는 말입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던가요? 92년 미국대선 때 1등공신이 된 캐치프레이즈처럼 들립니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힘(국어사전)’이 상상력입니다. 그림에 나오는 상징들은 대개 상상력을 활용해서 만듭니다.그림은 상징인 셈이고, 상징은 상상력이 좌우하니 '그림=상징=상상력', 이런 등식도 가능합니다. 상상력이라는 단어가 어쩐지 어려워 보이는군요. 그냥 편하게, 늘 우리가 쓰는 ‘생각’이라는 단어로 불러도 됩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지난시간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이 첫 번째 고갯길이었습니다. 축구로 치면 전반전이 끝난 셈이지요. 지금부터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한결 수월할 겁니다. 그럼, 높은 데서 아래로 물이 흐르듯이 스르륵 가볼까요. 기분이 차분해지는 정경입니다. 연못 앞에 이층집이 있군요. 어쩌면 작은 호숫가 어귀처럼도 보입니다. 곧게 솟은 나무가 집 정면을 약간 가리고요. 가로등이 하나 켜져 있습니다. 어둑할 무렵인데, 이층왼쪽 끝 창문 두개만 불이 들어와 있고, 나머지 창들은 덧문이 닫힌 채라 불을 끈
지난시간에는 뒷모습그림을 통해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미술교과서를 펼치면 이렇게 나옵니다."주제 : 작품의 중심이 되는 생각이나 내용 또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소재 :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작가가 선택하는 대상.주안점 : 같은 주제라도 선택한 소재가 다양. 같은 소재를 그려도 다양한 재료, 기법에 따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다름. (여러 중등미술교과서 참조)"그렇다면 “화가들이 뒷모습을 소재로 택한 건, 어떤 정서를 나타내기 위함이며, 유화냐, 수묵화냐, 사실적이냐
예고 드린 대로 뒷모습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먼저 그림부터 보시지요. 관련기사입니다.“-여인의 고혹적이면서 품격 있는 뒷모습 누드 : 인터넷경매에서 사상초유의 대기록달성이 나오는가에 미술계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술계는 현재 원로대가 김종하(90)화백의 대표작 ‘여인의 뒷모습’이 사상초유의 대기록을 작성할지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인의 뒷모습’은 국내최대미술품 경매 사이트 포털아트에서 15일 오후 9시 22분부터 경매가 시작됐으며,
음악에 ‘유행가’가 있듯이 그림도 그렇습니다. 그때그때 시대별로 유행하는 흐름이 있지요. 아무리 당대에는 날리던 인기곡이었어도 한풀 꺾이면 그저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버립니다. 당연한 노릇이지요. 서운할 건 하나도 없습니다. ‘달은 차면 기운다’고 천자문 첫 페이지에도 나와 있습니다. 상식이자 만고불변 진리입니다.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혹시 눈치 채셨나요? 요즘은 아무도 안 듣는, ‘고리짝노래’ 같은 옛날 그림이야기를 하려고 그럽니다. 다른나라와 우리나라에 다 같이 해당합니다. 먼저, 다른나라부터 가볼까요. 워낙 오래 묵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