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직접 마주한 수능, 우리에게 남은 것은?
[에듀인 리포터] 직접 마주한 수능, 우리에게 남은 것은?
  •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 승인 2020.12.05 14: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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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체크를 마치고 고사장으로 향하니 교실은 아직 텅 비어 있었다. (사진=고유진)

[에듀인뉴스] 바로 그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 하루 전, 학교에서 수험표를 받고 유의사항 등의 내용이 담긴 교육을 받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은 더욱 늘어났고, 여전히 수능은 조심해야 할 것들 투성이였다. 

마스크도 쓸 수 있는 게 있고, 쓰지 못하는 종류가 있었으며, 모든 행동 하나하나 부정행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수험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뒤면 수능을 봐야 한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던 하루였다. 

다음 날, 대중교통을 타고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였는지 새벽 3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나서니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고 바람은 찼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할 때 즈음 시계를 보니, 6시 40분이었다. 

온도 체크로 인해 길어질 입실 시간을 고려하여 6시 30분부터 입실이 시작된다고 했었다. 사람이 많을지, 적을지 궁금했는데 역시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적었다.

정문 앞에서 경찰이 교통 관리를 하고 있었고, 선생님들께서는 길을 안내해 주셨다. 발열 체크를 마치고 고사장으로 향하니 교실은 아직 텅 비어 있었다. 

방역 효과를 잘 모르겠는 가림막과 내 이름과 수험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여진 책상을 찾아 앉은 뒤 책을 펼쳤다.(사진=고유진) 

방역 효과를 잘 모르겠는 가림막과 내 이름과 수험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여진 책상을 찾아 앉은 뒤 책을 펼쳤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학생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고, 순간 시끌벅적하기도 하다가 확 조용해지기도 했다.

8시 10분이 될 때까지 수험생들은 각자 공부하다 시험 감독관께서 들어오시고 나서야 책을 덮었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수능의 시작을 알리는 첫 안내방송, 그리고 감독관들의 지시 및 안내 사항들. 몇 번이고 전자기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수능 샤프와 컴퓨터용 사인펜을 받고, 수험표와 신분증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가방을 교실 앞에 갖다 놓음으로써 비로소 준비가 끝났다. 

들어도 들어도 적응 안 되는 종소리와 함께 OMR카드와 국어 시험지를 받았고 시험이 시작됐다. 10분 전, 5분 전 종이 칠 때마다 어디선가 큰일이라도 난 것 같은 종소리 때문에 긴장된 상태에서 들으니 매번 깜짝깜짝 놀랐다. 

솔직히 수능 자체가 시간 안에 정확히 빠르게 답을 찾아내는 것을 원하기에 그 짧은 시간 동안 온전히 집중하기도 부족하지만, 우리는 감독관들에게 매번 마스크를 내려 신분을 증명해야 했고, 잠깐이었지만 한국 교육시스템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고부담 시험을 치르기 위해 3년을 다 바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그 시간조차 낭비였고 방해였다. 

당연히 가림막은 시험지를 편하게 보지 못하게 해주었고, 수능이 중요하지 않은 나에게조차 에어컨이 5분 정도 계속 꺼졌다 켜지는 소리, 부정행위는 할 생각조차 없고 하지도 않았지만 그런 우릴 감시해야 하는 역할을 가진 감독관들의 시선 등에 시험을 보는 동안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약 8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수능이 끝난 뒤, 모두 허무하다, 아직도 수능을 봤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수능이 끝난 다음 날 버려진 이 많은 책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나는 12년 동안의 한국 교육이 일회용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사진=고유진)  

한국 입시제도는 청소년들에게 각자의 꿈과 목표를 찾고 이를 이루기 위한 발돋움이 되어주는 것이 아닌 그저 수능이라는 시험 자체를 목표로 설정하게끔 하므로 하루 만에 목표가 사라져버린 학생들은 허무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 합격 여부가 나올 때까지 학생들은 아직도 면접, 논술 등 많은 입시를 치러야 하지만 그래도 다들 정말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시험이 끝나고 시험장을 나서니 정말 많은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 기사님께서는 버스에 타는 수험생들 한 명 한 명에게 “고생 많았어요. 수고했어요” 이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주셨다. 

수능이 끝난 다음 날 버려진 이 많은 책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나는 12년 동안의 한국 교육이 일회용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렇게 잠시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던 지식의 단편들, 조각 조각들이 수능이 끝나면 잊히는, 쓸모가 없어진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수능까지 직접 경험해보고 나니 확실해지는 한 가지, 현재 교육제도는 학생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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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진 2020-12-07 16:10:28
직접 수능을 보신 분의 글을 읽으니 그때의 떨림이 더 잘 전달되는 듯 싶네요. 수고많으셨어요. 이제 좀 푹 쉬세요. 코로나19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수능날의 변화가 가장 심각하고 큰 변화였을 것 같습니다. 애많이 쓰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