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는 학생들.(사진=경남교육청) 
5월 21일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는 고3 학생들.(사진=에듀인뉴스 DB)

[에듀인뉴스] 코로나 19의 위험 속에서 지난 21일 등교가 중지되었던 인천지역을 제외한 전국 고교 3학년 학생들은 올해 첫 전국단위 모의고사를 치렀다. 

흔히 모의고사라고 불리는 ‘전국연합학력평가’는 사설 모의고사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02년부터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모의시험이다. 

대학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능은 학생들이 제한 시간 안에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찾기를 원한다.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시한 수능의 성격 및 목적을 보면 ‘선발의 공정성’, ‘객관성 높은 대입 전형자료 제공’ 등 교육의 초점이 학생들이 아닌 선발에 맞춰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 홈페이지)

이로써 수능 자체가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과목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 시인도 맞추지 못하는 문학 문제, ‘국어’는 왜 배우는가 (출처: 유튜브 ‘명견만리’ 캡쳐본)
시인도 맞추지 못하는 문학 문제, ‘국어’는 왜 배우는가 (사진=유튜브 ‘명견만리’ 캡쳐)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대개 비슷하다. 문법의 경우, 먼저 내용을 꼼꼼하게 외운 뒤에 그냥 문제를 많이 풀어본다. 

흔히 화법과 작문, 문법은 수능에서 시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부분으로 여겨지기에, 반복 문제풀이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찾는 연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문학이나 문학에서 역시 학생들이 결국 얻는 건 문제 푸는 요령일 뿐이다.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처럼 수능에 연계되는 교재가 있기 때문에 어느 부분이든 암기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문학 작품을 보면서도 나만의 감상과 생각은 철저히 배제된 채 답안지에서 답이라고 하는 것만 좇아야 한다면 문학은 이미 문학의 기능을 상실해 버린 것이 아닐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소설가 김영하는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에 반대하게 된 사연을 밝혔다. 

해외의 경우, 단편 전체를 읽고 토론하거나 에세이를 쓰게 하는 등의 교육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며, 자기만의 감상을 논리적으로 역설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작품 중 한두 단락만 발췌하여 그 안에서 답을 찾게 하는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소설가 김영하는 ‘문학이라는 것은 자기만의 답을 찾기 위해 보는 것이지, 작가가 숨겨놓은 주제를 찾는 보물찾기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덧붙여 작가는 그런 것들을 숨겨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알쓸신잡1 캡처)

우리가 공부하는, 외우는 ‘국어’는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 과목인 걸까.

다른 과목들은 다를까? 아니다. 당장 ‘영어’만 보더라도, 이미 유튜브에는 ‘영어 수능시험을 보는 외국인들’을 주제로 한 영상들이 많다. 모국어가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외국인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도 문제를 잘 푸는 것에 비해 회화에는 그리 능숙하지 못하다. 학교에서는 ‘영어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영어 문제풀이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선행학습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학, 암기가 전부인 한국사 등 어떠한 과목에서도 우리는 ‘배움’을 찾아볼 수가 없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교육, 그러면서 협력과 공존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 스스로 학습하고 경험하는 교육’인 ‘사람 중심 교육패러다임’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교육은 바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19로 인해 수업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학교라는 존재의 무의미함 역시 나타나지 않았는가. 

사람을 위한 교육, 이것이 아직 한국이 풀지 못한 중요한 과제다.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