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도시 우화(寓話)] 고풍스런 도시에 울리는 록과 힙합..."하루쯤은 좋지 아니한가"
[건축도시 우화(寓話)] 고풍스런 도시에 울리는 록과 힙합..."하루쯤은 좋지 아니한가"
  •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 승인 2020.12.3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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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공간–도시의 이벤트② 프랑스 음악축제(La fête de la musique) 

[에듀인뉴스] 우화(寓話)는 장르적으로 보면 서사적인 것과 교훈적인 것이 절충된 단순 형식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이 가르치는 교훈은 비교적 저차원적인 사리 분별을 위한 것이나 우리 삶에 알아두면 좋은 실용주의적인 것입니다. 같은 형식으로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도시와 환경, 그를 이루는 많은 건물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일상에서 놓치고 살았던 작은 부분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진솔한 물음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2020년의 마지막 날이다. 한 해를 돌아 봤을 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행동이 제약된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은 가운데 그 전에 누릴 수 있었던 일상이 그리워지는 연말이다.

따라서 필자도 지난 시간에 이어 여름에 이루어지는 프랑스 도시 축제에 관한 추억을 되짚으며 오늘의 글을 쓰고자 한다.

해마다 여름 해가 가장 긴 날 프랑스 전역에서는 음악 축제가 열린다.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가능하며 시간에 구애 받지 않아 밤 늦게까지 거리마다 연주소리가 넘쳐난다.

이 축제는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거리나 공공 장소에서 자발적으로 공연하도록 장려한다. 공연은 모두 무료 콘서트로 진행되어 광범위한 청중이 모든 종류의 음악 (클래식, 재즈, 록, 전통음악 등)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다양한 언어로 노래를 하여 이방인들은 고향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프랑스 음악축제(출처=https://paris.frasershospitality.com)
프랑스 음악축제(출처=https://paris.frasershospitality.com)

주제를 정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음악을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날은 모든 음악인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자 이제 음악인들은 준비가 되었다. 그럼 그들을 위한 무대는 어떻게 준비될까? 

무대는 따로 준비되는 곳이 없다. 도시의 빈공간이 있으면 그곳이 곧 무대가 된다. 매일 지나다니던 골목길도 간단한 펜스와 데크를 설치하면 훌륭한 무대가 된다. 도시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콘서트 홀로 변한다.

나도 처음에 그랬고 이 변화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이다. 그 이유는 파리처럼 도시 자체가 하나의 관광 상품인 곳이 또 없다. 그리고 그 상품을 유지하기 위해 도시에 거는 제재가 상당하다.

예를 들어 건물을 소유했다 하더라도 도심의 고풍스런 분위기를 망칠까봐 외관하나 나무 하나 베는 것을 쉽게 할 수 없는 곳이 파리다. 따라서 오래 살면서 그만큼 많이 보고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단조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이 도시가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는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 지는 도시의 이벤트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바로 이 음악축제처럼 말이다.

파리처럼 특히 고풍스런 분위기를 고수하는 도시가 록과 힙합 같은 음악이 흐르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었을 당시 상황에서 나는 청바지를 입은 클래식이 떠올랐다. 

음악 축제는 익숙한 장소가 순간적으로 바뀌는 재미를 제공한다.(출처=https://www.ouest-france.fr)
음악 축제는 익숙한 장소가 순간적으로 바뀌는 재미를 제공한다.(출처=https://www.ouest-france.fr)

이 음악축제는 전문 기술자들이 투입되어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도 아니다. 시에서는 그저 장소만 제공할 뿐 무대를 만들기 위한 모든 것은 음악가들이 준비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본래 음악을 연주하려면 콘서트 홀이나 정해진 장소에서 초대를 받아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초대받지 못한 음악가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고 청중들도 내가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선택이 주어지는 날이다. 이벤트의 기본은 도시민에게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시민이 도시를 만들고 그 도시환경은 다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도를 통한 어느 정도 도시민에 대한 통제가 있다면 적절한 선에서 그들의 욕망을 풀어줄 수 있는 도시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도시는 결코 사람의 욕망을 통제하고 젤제 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바로 그 욕망이 우리의 도시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고풍스러움을 고집하는 파리가 하루쯤은 24시간 동안 거리에서 고성방가를 지를 수 있게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이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이 이벤트의 종류가 어디 음악뿐이 될 수 있을까? 주말마다 서는 벼룩시장에서 평소 자신이 안쓰는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하고 한 달에 한번은 자동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평소 가보지 못했던 곳을 직접 걸어가 볼 수도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이벤트가 된다.

물론 많은 사람이 모여 살수록 지켜야 하는 규율과 규칙이 우리 사회에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일년에 한번은 숨을 틀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과 같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절제가 강요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어쩜 더욱 더 필요한 조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전에 사용했던 그 방법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 시대와 상황에 맞는 새로운 방법으로 도시의 이벤트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도 피라미드 아래도 예외 없이 훌륭한 콘서트 홀로 바뀐다.(출처=https://insidr.co/)
루브르 박물관도 피라미드 아래도 예외 없이 훌륭한 콘서트 홀로 바뀐다.(출처=https://insidr.co/)

이래저래 조심하다 보니 어느덧 벌써 2020년의 마지막 날이 왔다. 한 해를 되돌아 봤을 때 우울과 답답함만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오늘, 전에 누렸던 일상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며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껴 보는 연말이 될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은 이미 코로나로 인해 반 강제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코로나 전과 비교했을 때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선 여전히 사람을 만나야 하고 도시 공간을 거닐어야 한다.

앞으로 도시민의 삶이 점점 더 통제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욕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도시정책에 대해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도시설계사,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건축학 전공 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Université Grenoble Alpes에서 도시학 석사졸업, 파리고등건축학교 Ecole spéciale d’architecture (그랑제꼴)에서 만장일치 합격과 félicitation으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파리 건축설계회사 AREP Group에서 실무 후 현재 파리 건축사무소 Ateilier Patrick Coda에서 근무 중이며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건물과 도시, 사람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건축가입니다. 우리의 삶의 배경이 되는 건축과 도시의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유용하게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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