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에듀인뉴스] 대통령이 어제(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라는 말을 함으로 인해 교육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교육의 수장인 교육부장관이나 할 말을 대통령이 해버린 것은 유감이다.
더구나 교육부장관은 전날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정시 확대보다는 학생부 종합전형 개선’을 언급한 바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셈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대학입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 수준에서 할 일은 학교교육이나 대학입시가 추구해야 할 철학과 큰 방향을 제시하고 유지시키는 일이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왜 이런 언급을 하게 되었을까? 언론의 분석처럼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 여론 때문이라면 이는 교육의 중립성 강화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에 정면 배치되고 모순된다. 대통령이 나서서 교육을 정치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 정시의 확대는 2015개정 교육과정의 지향점과도, 대통령의 또 하나의 교육공약이었던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교육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대통령이 나서서 교육변화의 구체적인 전략까지 언급하고 지휘를 한다면 이는 교육을 혼란에 빠뜨리고 그르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으면 학원에 가서 별도로 수능 시험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고교와 대학 교육의 긴밀한 연계(alignment)가 강조된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우선 수능 시험의 내용과 형식을 학교교육의 내용과 방식에 일치시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 일본이 시도하고 있는 방식이다. 일본은 새로운 학력을 기초적인 지식과 기능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으로 규정하고 대학입시에도 이 세 가지 역량을 충실히 반영하는 식으로 시험을 바꾸기로 하였다.
서술형 문항도 단계적으로 도입이 강화될 예정이다. 한국의 수능시험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교육의 방향과 다른 수능시험을 여전히 5지선다형 고부담 시험으로 두는 것은 큰 모순이고 '교수-평가'의 불일치(mismatch)다.
물론, 시험 문제의 유형만 학교교육과 일치시킨다고 해서 학교교육의 질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깊은 이해’를 목표로 ‘깊은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능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수능의 영향력이 큰 경우 학교교육은 수능시험 점수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기 때문에 ‘얕은(피상적) 학습’이 불가피해진다.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려면 IB처럼 자격고사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수능이 자격고사 성격으로 변화되면(예: 절대평가 5등급) 대학의 서열이 크게 무뎌진다. 이를 통해 경쟁이 완화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가 취업, 결혼, 삶의 수준을 결정하게 되는 영향력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 연설에서 “2035년쯤에는 학벌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사회, 입시중심 교육을 중단하고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시키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금의 모든 의식, 관행,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에 당장 착수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와 같은 말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다.
#이 글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교바사)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