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루한의 배움혁명] ⑰교과목 벗어나 '주제학점제'로 고교 현장 바꿔야
[김두루한의 배움혁명] ⑰교과목 벗어나 '주제학점제'로 고교 현장 바꿔야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2.17 0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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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에듀인뉴스] ‘교육’이 곧 ‘대입전형’일까요? 교육부를 비롯한 교원단체, 학부모회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수많은 모임이나 학생들까지 ‘입시 틀’에 얽매여 있습니다. 대통령마저 ‘수능 확대’를 말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고교 현장을 지켜 온 처지에서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에듀인뉴스>는 학생이 배움의 당사자이며 시험 없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라는 관점에서 우리 모두가 ‘대입전형’ 현안을 더 이상 ‘교육’으로 풀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경기고 교사/문학박사)과 함께 배움 혁명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고교평준화 추진상황(1973). 사진=국가기록원
고교평준화 추진상황 1973. (사진=국가기록원)

고교평준화 아래 학생의 적성 및 능력, 살렸던가? 

[에듀인뉴스] 고등학교 배움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현안 과제가 무엇일까?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의 학교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 말고 따로 대학 등록금 뺨치는 사교육을 하는 문제다. 또 ‘고교평준화(보편화)’에 얽매였던 ‘맞춤배움’ 실천도 있다. 그래서 글쓴이는 해결책으로 ‘결과 위주 일제고사 없애기’를 들고 국민 공감대를 넓혀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돌이켜보면 1974년 이후 2019년까지 45년간 ‘고교평준화’ 아래에서도 5.31 교육개혁안(1995), 제7차 교육과정(1997), 초중등 교육법 및 시행령(1997, 1998) 등에선 교육과정의 다양화, 자율화, 특성화 방향을 밝혔다. “고등학교의 교과 및 교육과정은 학생이 개인적 필요 적성 및 능력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여져야 한다” 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가교육과정의 실제는 ‘획일화’와 ‘표준화’ 일변도였다. ‘국·검인정교과서’란 통제된 틀 안에서 학생들은 거의 똑 같은 교과서로 학습하고 ‘수능, 학교 정기고사’ 등의 일제고사를 대비하며 똑 같은 시험 문제를 치렀다. 학생의 능력, 수준, 흥미에 따라 ‘저마다’ 가려 배우도록 돕는 ‘맞춤배움’ 단계로 나아가진 못했다. 

학생 저마다 배움 과정을 만들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게 돕자 

이제 ‘누구든’ 고등학생이 되고 ‘무상’으로 다니는 고교보편화 시대를 맞았다. 그럼에도 고교교육정상화와 사교육 해소를 구호로만 내세워야 할까? 자사고를 따로 두자거나 없애자는 의견들이 심하게 맞선 ‘자사고 재지정’ 논란에서 보듯이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을 내세워 ‘고교서열화’로 흔들려온 고교 현장을 제대로 바꿔낼 방안은 무엇인가? 

2019년 현재 ‘일반고 전성시대’를 지향해 온 서울 교육청은 모든 일반계고교에서 개방-연합형 교육과정을 실행하며 지원하고 있다. 또 혁신미래교육을 내세우며 중1 서울형, 중2 혁신, 중3 맞춤형 자유학년제와 함께 고교 자유학년제로 오디세이학교도 운영한다. 학생이 '붕어빵 교육'에서 벗어나도록 ‘교과목’을 선택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교과목을 열어두고 학생의 능력, 수준, 흥미에 따라 가려서 배웠다. 학생이 특정 대학이나 전공에 지원할 때도 난이도가 높은 교과목은 가산점을 받고 선-이수 교과목은 대학 학점으로 인정받는다.

이처럼 모든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고교보편화(평준화) 상황에서 학생이 ‘저마다’ 스스로 배움 과정을 만들며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맞춤 배움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교과목 벗어나 주제로 배우는 주제학점제로 고교 현장 바꿔내야 

이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고 ‘학습 경험의 질 개선을 통한 행복한 학습’을 구현하려면 한 걸음 더 나아간 고교학점제가 어떨까?

칸막이 교과목에서 벗어나 ‘주제(관심사)’ 학점제의 수업을 하자. 저마다 재료를 취사선택해 된장찌개, 부대찌개, 제육덮밥 등을 요리하듯이 학생들이 칸막이 교과목을 넘어 자신의 관심사, 호기심, 질문을 바탕으로 주제를 제시하고 발표, 토론, 보고서를 작성하게 돕는 게 어떨까?

‘고대 로마와 현대 핀란드의 비교’라는 핀란드 모둠 주제 역사 수업 사례다. 학생들은 저마다 기계, 조사방법,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에 대해 배운 뒤 모둠이 정한 주제의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고대 로마의 목욕탕과 오늘날의 고급 스파, 콜로세움과 현대 경기장 건축을 비교하거나 3D프린터로 로마 건축 모형을 만들어 보드게임도 즐기는 것이다. 

사람(학생)의 뇌는 통합해 작동한다는 점이나 세상일이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생각하면 근대에 매여 칸막이 지식을 교과목에 담아 따로 가르침 받는 것에 머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요즘 들어 부쩍 눈에 띄는 ‘가짜뉴스 걸러내기’는 어떠한가? 단순한 지식보다 평소 스스로 따져보는 비판적 사고와 올바로 이해하는 힘 기르기에 힘쓸 때다. 

(사진=ebs 캡처)

‘동과 서’ 문화의 비교 주제에 대한 교과서 재구성, 교양서, 동영상 활용 수업 사례

흔히 ‘교과목’으로 접근하면 '윤리와 사상(천재교육,박찬구 외)' 교과서를 평면으로 다루고 만다. 동서양을 따로 나열해 놓았기 때문이다. 2장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은 유교, 불교, 도가, 도교 및 우리 고유 사상을 다루고, 3장 서양 윤리 사상은 목적론적과 의무론적 윤리, 덕 윤리, 그리스도교 윤리, 현대 윤리와 사상을 다루게 된다. 

하지만 ‘동과 서’ 문화의 비교란 ‘주제’로 다가서면 학생들 저마다 또는 모둠별로 교과서를 재구성하는 식으로 수업이 바뀌게 된다. 동서양의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를 밝힌 교양서 『생각의 지도(리처드 니스벳, 김영사)』로 좀더 쉽고 재밌게 배움을 누린다.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 더불어 사는 삶과 홀로 사는 삶,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등으로 다루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방송 영상물인 다큐멘터리 <동과 서> 활용은 어떤가? 제1편《동양은 동사로 말하고, 서양인은 명사로 말한다》로 사람의 관점(시선)의 차이, 종합적인 동양인과 분석적인 서양인 등을 다루고 제2편《서양인은 보려 하고, 동양인은 되려 한다》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대상을 정확히 ‘보는 것’을 지향하는 서양인과 대상과 합일상태가 ‘되는 것’을 지향하는 동양인을 보며 이해는 물론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고등학생들이 저마다 ‘관심사(주제)’를 살려내며 참삶을 가꾸는 모습을 그려보자

누구나 다 고등학생이 되는 고교 보편화 흐름 속에서 과연 고교 현장에서 맞춤배움의 마당을 마련할 수 있을까? 모든 학생들이 발표, 토의, 토론 수업이나 과정 평가로 맞춤 배움을 멋지게 실현해 나갈 수 있을까? 글쓴이는 전달의 교육에서 벗어나 깨침의 배움이란 관점에 서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학생의 관심사(주제)를 살린 맞춤배움과정을 펼치려면 고등학생 저마다가 지닌 잠재 능력을 인정하고 그들의 관심사와 숨은 열정을 살려내도록 교사 스스로 배움의 본(멘토)이 되어 티칭보다 코칭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그들이 맘껏 표현하도록 주어진 물음의 답을 외게 하기보다 호기심을 지니고 더 알고 싶은 것을 찾아 그들이 스스로 길을 열고 때때로 되먹임(피드백)을 도울 때 고등학교가 제자리를 찾게 된다고 본다.   

삶의 바탕과 뿌리인 초, 중, 고교 시절부터 학생들이 제 관심사(주제)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모습을 그려보자. 당장은 고등학교 배움 현장에서 주어진 물음의 답을 고르느라 놓친 ‘오래된 배움’의 유전자를 되살리자. 

‘교과목’이 아닌 ‘주제’로 배움 설계를 하고 요약하고 비평하기에 힘써 생각하고 느끼며 표현하는 힘을 기르게 돕자. 절로 교과서를 재구성하고 아우르고 녹이면서 분량은 줄어도 넓깊게 삭여내리니 갈길(진로)을 보매 진학할 전공은 ‘확’ 볼 수 있게 되리라. 제 ‘관심사(주제)’를 살려 생각하는 배움에 나선 학생들이 서로 눈 비비고 보게 되리니 ‘교육’은 절망이었으나 ‘배움’으로 희망차리라.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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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2019-12-20 01:24:49
"대한민국 국가교육과정의 실제는 ‘획일화’와 ‘표준화’ 일변도였다. ‘국·검인정교과서’란 통제된 틀 안에서 학생들은 거의 똑 같은 교과서로 학습하고 ‘수능, 학교 정기고사’ 등의 일제고사를 대비하며 똑 같은 시험 문제를 치렀다. 학생의 능력, 수준, 흥미에 따라 ‘저마다’ 가려 배우도록 돕는 ‘맞춤배움’ 단계로 나아가진 못했다."
딱 이런 시대를 살아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붕어빵 같은 세상.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곳이죠.
학생들이 저마다 맞춤배움으로 자라나 국가의 선전 문구에만 맴돌던 다양함이 아니라 실제로 다양한 삶이 펼쳐지는 세상이 펼쳐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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