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칼럼] 재래시장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와 교육적 자세
[전재학 칼럼] 재래시장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와 교육적 자세
  •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 승인 2020.11.24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듀인뉴스] 필자는 평소에 학생들에게 재래시장을 돌아보라고 권장한다. 또한 스스로 시간을 내어 직접 재래시장을 둘러보기를 좋아한다. 그곳엔 사람 사는 냄새가 있고 삶의 흔적과 시끌벅적한 소리,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짓이 있다. 

그러한 삶의 현장을 배울 수 있기에 학생들에겐 ‘살아있는 배움터’가 되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특히나 영세 상인들의 거친 숨결이 때로는 지치고 힘든 청소년들에게 학교생활의 활기찬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장터에는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기술이 있다. 지혜로운 상인은 언뜻 보기에는 손해 볼 것 같지만 결국은 시장에 나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을 베풀어 물건 구매를 유도하고 다음에 다시 찾아오게 하거나 다른 물건을 하나라도 더 구입하게 만든다. 

서비스도 좋다. 구매한 물품을 정성껏 포장해주고 비닐봉지를 한 겹 더 씌워서 들고 가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준다. 그런 까닭에 필자는 훈훈한 인정이 그리워 재래시장을 자주 습관적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것에선 한 가지 물건 구매의 철칙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서민의 삶을 대표하는 이곳에선 가급적 물건값을 깎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필자를 비롯한 사람들의 경제적 욕망은 한편으론 측은하기만 하다. 여기서도 무조건 물건값을 깎으려는 깍쟁이 심보가 작동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소비자들의 심리다. 특히나 시장 여기저기 구석진 공간에 좌판을 펼친 노인들에게 많지도 않은 물건값을 조금이라도 깎으려 하는 행위는 스스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는 그야말로 가난이 가난과 싸우는 악순환이기 때문이다. 

서민이 가난을 홀대하는 것! 이것은 매정하기 짝이 없다. 마치 조금이라도 값을 깎아야 인생 속 경쟁에서 승리하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은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현명한 구매 행위를 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다. 하지만 판매 행위를 통해 조금이라도 이득을 남기려는 영세 상인들의 애절한 권리에도 역지사지의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필자는 무엇이 현명한 소비자의 태도인지 학생들과 대화를 즐겨 한다. 

그 대화의 중심이 되는 가치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철저하고 현명한 소비자의 구매 행위는 재래시장의 영세 상인에게서가 아니라 온갖 값비싼 물건을 펼쳐 놓고 소비자를 유혹하는 상술을 동원하여 결국은 충동적으로 지갑을 열게 만들거나 카드 사용의 절제심을 잃게 하여 과소비를 조장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라고 믿는다. 

자릿세를 비싸게 받고 매장에 갑질을 마다하지 않으며 단지 영리만을 추구하려는 재벌 기업에서는 합당한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상술에 현혹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서민이자 소비자가 싸워야 할 대상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는 반대의 길에 선다. 마치 서민들이 부자에게 적선을 하듯이 말이다. 어찌 이런 일에 우리는 둔감할까. 가진 자 앞에서 지갑을 열어 보이며 우쭐함을 과시하려는 허영심일까. 서민은 절대 구매 행위로 인해서 부자가 될 수 없다. 

반면에 부자는 서민을 울리고 합법적으로 서민의 돈을 가져가는 고수다. 서민은 하수이고 대형 백화점이나 대형 매장은 고수다. 하수는 고수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서민의 주머니를 울리는 고수는 절대로 그 계략을 터놓지 않고 그들만의 전략과 전술을 공유한다. 99개를 가진 부자는 1개를 가진 서민을 울리고 결국은 그것마저 빼앗는 게 자본주의의 경제원리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논리에 서민은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빚이 빚을 낳고 가계 부채는 날로 늘어만 간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가난이 가난을 낳고 세습되는 시대이다. 그래서 깨어있는 소비자의 의식이 필요한 이유다. 

이제 재래시장에서 좌판을 벌이는 노인들이나 영세 상인들에게 따뜻한 인사 한마디라도 건네고 물건 하나라도 팔아주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지금보다 더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이 더욱 필요한 것과 같다. 

서민은 서민들의 연대로 가난을 극복해야 한다. 이는 이열치열의 원리와 같다. 서로를 배려하고 나누는 힘이 결국은 서로에게 돌아오게 된다. 동네 서민의 빵집을 보자. 그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한 번 발길을 더 들려서 하나라도 구입해 주는 배려가 서민이 가난을 극복하는 길이다. 

재래시장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영세 상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정신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생한 인성교육의 좋은 실천이자 교재이기도 하다. 

가난이 가난과 싸우는 것은 우리 모두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고 극복해야 할 천민자본주의다. 재래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행위와 삶으로부터 우리 청소년들에겐 소비자로서의 자세와 지혜, 용기,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배양할 수 있는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과 같은 교과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eduin@eduinnews.co.kr

<저작권자 © 에듀인뉴스(Eduin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