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천 교수 "고교학점제 제대로 도입해 보내고 싶은 학교 만들어야"
[인터뷰] 김성천 교수 "고교학점제 제대로 도입해 보내고 싶은 학교 만들어야"
  • 지성배 기자
  • 승인 2020.06.22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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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쿨 원격연수 '왜 고교학점제인가' 오픈
"교육과정 호환하면 명문고 중심 고교 패러다임 전환 가능"

[에듀인뉴스-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 공동기획] 교사들의 배움 나눔이 교육현장에서 활발히 진행중이다. 과거, 연수(硏修)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던 딱딱하고 형식적인 강의를 넘어 교육현장에서 자신이 갈고 닦은 사례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에듀인뉴스는 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과 함께 연수 프로그램을 개설자 소개 기획을 마련,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한 발 짝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미지=티스쿨)
(이미지=티스쿨)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내 자녀가 진심으로 가고 싶어 하는 고등학교를 공교육에 만들겠다면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도입하라.”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가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왜 고교학점제인가’를 주제로 연수를 개설했다.

"교사 시절 수업을 따라오지 못한 학생이 교실에 목석처럼 앉아 있는 모습을 볼 때, 그 학생이 상담에서 고통을 호소할 때 무기력한 내 모습을 봤습니다. 죽어도 수학이 안 되는 학생들에게 기초나 기본 수학만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과목을 듣게 했다면, 그 아이들의 삶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런 사연을 설명하며 김 교수가 던진 한 마디는 ‘미래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교육과정 실현’이었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해 고교체제 개편의 초석으로 삼고 '소수를 위한 수월성 교육'에서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고교학점제는 어떻게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 가능할까.

김 교수는 “과학고가 특정 지역에 있다면 과학고의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그 지역 고등학교에 개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육과정을 학교끼리 호환한다면 선발효과에 의존한 기존 명문고 중심 고교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천명했지만, 고교학점제는 교육의 근간을 바꾸는 일로 관련 부서를 넘나드는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 김 교수 역시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정책 부서의 높은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입제도-고교학점제-고교체제-내신 절대평가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각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교육부만 해도 해당 정책을 관할하는 부서가 다르다. 한 묶음으로 보고 비전과 방향,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고교학점제는 정권이 바뀌면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그만큼 정부 의지는 고교학점제 도입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변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도 이 부분을 경계했다.

그는 “내신 절대평가만 해도 언제부터 어떻게 적용되는지, 차기 교육과정 개편 등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고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며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교육부와 교육청이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고등학교는 한마디로 쓰레기'라는 어느 이발사의 말을 듣고 내 아이를 기꺼이 그 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를 자문해 봤다”는 김 교수는 “고교학점제의 철학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모든 아이를 환대할 수 있는 학교"라며 "고교학점제는 어느날 갑자기 온 정책이 아니다. 일반고를 어떤 식으로 살려야 한다는 현장의 고민도 상당히 오래되었다. 이제는 고교학점제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성천 교수와의 일문일답.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왜 고교학점제인가'를 주제로 연수를 오픈했다.(사진=티스쿨)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왜 고교학점제인가'를 주제로 연수를 오픈했다.(사진=티스쿨)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교육혁신 전공 주임, 종합교육연수원 부원장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학습공동체를 꾸리는 활동도 하고 있고요. 경기도내 고등학교에서 주로 근무하며 자연스레 고교학점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왜 고교학점제인가’를 주제로 연수를 오픈했습니다. 교사연수에 나선 계기는 무엇입니까.

정미라·민일홍 선생님과 함께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맘에드림)라는 책을 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인지 책을 정독하신 티스쿨 원격교육연수원 관계자 분들께서 먼저 원격연수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한편의 원격연수를 만드는 과정이 사실은 쉽지 않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경기도교육연구원과 경기도교육청, 교육부에서 근무를 했을 때부터 고교학점제 정책에 관여를 했기 때문에 이 정책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 참여를 결심했습니다.

▲교사들이 왜 이 연수를 들어야 합니까. 연수를 듣는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미래교육과 미래사회에 대한 담론이 적지 않습니다만, 고교학점제는 사실 다가온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미래교육은 결국 ‘학생 개개인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교육과정의 실현’이 핵심입니다.

무엇보다 고교학점제를 2025년에 어떤 방식으로든 실행한다고 본다면, 이 가치와 철학에 교원들의 동의와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연수가 아니더라도, 최근 고교학점제 관련 다양한 연수가 많아지고 있는데,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개설된 '왜 고교학점제인가'에 참여한 연수자들과 관련 주제들 안내 포스터.(사진=티스쿨)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개설된 '왜 고교학점제인가'에 참여한 연수자들과 관련 주제들 안내 포스터.(사진=티스쿨)

▲연수의 주 내용은 무엇입니까. 고교학점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습니까.

우선은 강사진을 현장에서 실천해 본 교원들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학교에서 치열하게 고민해 본 분들의 고민과 실천, 대안, 제언을 담았습니다.

고교학점제의 철학과 가치, 교육과정에 숨겨진 고교학점제의 정신, 편성의 실제, 각 고등학교 운영 사례(경기 고색고, 경기 갈매고, 경북 영광고, 구리 인창고 등), 진로교육 및 대입제도, 해외사례(핀란드, 로스엔젤레스, 핀란드), 현실의 고민과 대안 등을 다루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고교학점제에 명확한 해법이 이 연수에 확실히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또한 고교학점제가 우리 교육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요술 방망이도 아닙니다. 하지만, 실천을 해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잘 듣다보면, 실현 가능성도 일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우리가 해보자’라는 관점이 이 연수에 흐르는 정신입니다. 고교학점제가 안 되는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저도 수 십 가지를 댈 수 있습니다.

고교학점제는 어찌 보면 오래된 미래입니다. 오천석 선생님의 책을 보면, 1957년도에 이미 고교학점제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 1차 교육과정에서 ‘선택’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죠.

어느 날 갑자기 온 정책이 아니고, 교육과정 개편의 역사에서 도도히 흘러왔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일반고를 어떤 식으로 살려야 한다는 현장의 고민도 상당히 오래되었지요.

그런 맥락에서 고교학점제의 길을 이 연수에서 치열하게 찾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미지=티스쿨)
(이미지=티스쿨)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됩니다. 고교학점제의 장점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우선, 새로운 고교체제를 개편하는데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교평준화를 지지하고, 외고와 자사고의 문제를 논문과 각종 기고로 지적했던 연구자입니다.

고교평준화가 학생들의 입시고통과 과열경쟁을 일정하게 완화시키고, 고교 서열화를 어느 정도 해소한 장점이 있지만, 학교마다 고유의 빛깔과 색깔이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했는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운전자의 관점에서는 육교가 편리하지만, 보행자의 관점에서는 횡단보도가 편하겠지요. 학생의 관점에서 우리의 교육과정을 보면, 성찰과 반성해야할 대목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체제 개편의 명분을 줍니다. 기존의 자사고와 특목고가 ‘소수를 위한 수월성 교육’을 지향했다면,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의 학교 간 연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과학고가 특정 지역에 있다면, 과학고의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그 지역의 고등학교에 개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교육과정을 학교끼리 호환한다면 선발효과에 의존한 기존의 명문고 중심의 고교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의 교육체제는 양 중심 접근이라고 봅니다. 출석일수 2/3만 채우면 졸업이 되는 시스템인데, 질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교학점제는 일정 성취기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을 학생에게 요구하면서도, 학교와 교육청 역시 이 학생을 제대로 돕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양방향의 책무성 내지는 책임성을 요구합니다.

진로 맞춤형 교육과정을 설계하면, 특정 교과목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현저히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미지=티스쿨)
(이미지=티스쿨)

▲고교학점제 도입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어떤 문제점과 우려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현재 시범학교 및 연구학교, 일부 도입된 마이스터고 등에서 어떤 문제점이 나타고 있습니까.

가장 큰 우려는 정시를 강화한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고교학점제의 기조가 충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상황입니다. 정시가 강화되면 될수록, 고교학점제는 위축됩니다.

수능 반영교과목을 중심으로 교과목을 세팅하고 나면, 학생들의 진로선택을 위한 교과목 개설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거든요.

냉탕과 온탕을 함께 섞어 놓으니, 미지근한 물이 된 것처럼, 고교학점제 정책의 열기가 식었다고 봐야합니다.

여기에 내신 절대평가가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선택교과목을 많이 개설하지 않고 수강생을 많이 늘리는 것이 내신 관리에 유리합니다.

고교학점제를 하면 오히려 대입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학부모에게 확산된 상태입니다.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하려면 교원 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교사 스스로 다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상황도 올 수 있습니다. 여러 과목을 가르쳤다고 해도 교사가 얻는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차라리 보충수업을 하는 것이 이익인 상황이죠.

공간, 시설, 인사, 예산 등의 문제를 함께 풀어야하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의 요소가 크지요.

도시는 그나마 강사나 기간제교사를 구할 수 있고,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한데, 농어촌은 공동교육과정 운영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역 간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필수교과와 선택교과의 적정 비율도 과제입니다. 고교학점제를 활성화하려면 당연히 선택교과를 늘리고 필수교과를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필수교과를 줄이면 당장 교원수급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좋은 취지를 가진 정책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와 숙제가 적지 않습니다.

(이미지=티스쿨)
(이미지=티스쿨)

▲그렇다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선은 대입제도-고교학점제-고교체제-내신 절대평가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각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교육부만 해도 해당 정책을 관할하는 부서가 각각 다릅니다. 이 세트 정책에 대한 비전과 방향,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동시에, 개별학교에 대한 지원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교육지원청에 교과교사를 배치해 학교에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학교 밖 학점제 기관을 지정하고, 개설이 어려운 교과목은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교사 배치 기준도 학급 수가 아닌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농촌의 경우, 온라인 강좌를 적극 활용하면서 부분적으로 블렌디드 수업을 적용해야겠지요.

지금까지 정책이 학교에다가 예산 얼마 주고 알아서 하라는 방식으로는 이제 안 됩니다. 학교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합니다.

예컨대, 강사를 구하기 어렵고, 교통이 불편한 상황이라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지자체와 협력해서 강사를 보내주거나 버스와 택시를 구해주는 식의 감동적인 행정을 구현해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학점제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까. 우리나라 적용에 참고할 만한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 진로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취업할 것인지, 전문대학을 갈 것인지, 종합대학을 갈 것인지에 맞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습니다.

기존 과목의 학점 이수가 쉽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서는 대안교과 과정을 운영해서 일종의 대체 경로를 제공하고 있지요. 동시에 과목의 위계 구조화라든지 졸업자격 기준의 적용 등이 인상 깊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온라인 기반 학습 기회를 제공합니다. 학점 회복과정을 제공하지요.

지역의 대학에서 과목을 이수하거나 위기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어요. 대입에서 학생들이 특정 대학과 학과에 들어오려면 무슨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는 약속이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대입과 고교학점제가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핀란드만 해도 교과목의 필수, 심화, 응용 코스로 나누어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설계하였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학생 복지 체제를 바탕으로 개별화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교실 속 모습은, 학교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시나요.

글쎄요. 현재로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고교학점제는 얼마든지 흉내만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지원받은 예산으로 외부강사 몇 명 불러다 놓고, 특색 과목을 열었다고 홍보하며, 생색을 낼 수 있겠지요.

저는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를 ‘형식주의’로 봅니다. 워낙 많은 요구가 학교에 들어오다 보니,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채, 위에서 하라고 하니깐 영혼 없이 흉내만 낼 뿐이죠.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지닌 의미에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이를 제대로 실천한다면, 학교의 문법이 바뀔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유연한 학교 체제가 이루어지겠지요.

모든 학생이 똑같이 수업을 시작하고 마쳐야 하는 상황에도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만 배움이 이루어지지 않고, 학교 안팎으로, 지역으로, 온라인으로 ‘넘나들며 배우기’가 가능해집니다.

자신의 진로와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시만을 위해 알아듣지 못하는 교과목을 온종일 들어야하는 학생의 고통이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요?

국가 차원에서 고시한 교과목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지역과 학교, 교사 차원에서 필요한 교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요즘 학교자치 담론이 많아지는데, 저는 필요한 교과목을 학교나 교사 차원에서 쉽게 개설할 수 있는 상황이 와야 진정한 학교 자치 담론이 완성된다고 봅니다.

심지어는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 프로젝트를 학점제와 연결하여 그들이 교과목을 개설하는 상황도 가능해질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교육부와 교육청이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은 정권이 바뀌면, 고교학점제 정책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판단하는 듯해요. 자유학기제의 경우, 박근혜 정부 정책이었지만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확실성 요소를 속히 제거하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교육부와 교육청이 무엇을 한다는 로드맵이 명확해져야 합니다.

내신 절대평가만 해도, 언제부터 어떻게 적용되는지, 차기 교육과정 개편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히고, 차근차근 추진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청은 당장 고교에 관한 업무를 교육지원청으로 넘기고, 교육지원청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간 역할 분담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겠지요. 마을교육공동체와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정책을 고교학점제와 연계해야 합니다.

고교학점제 지원센터가 교육지원청 내에서 온전하게 작동해야 합니다. 고시 외 과목을 학교에서 원한다면 얼마든지 개설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학교와 교육청 차원에서 인정교과서를 많이 개발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데도 있는데, 아직도 강 건너 불구경 보듯 하는 교육지원청도 적지 않고, 교육지원청으로 고교학점제에 관한 업무 이양도 안한 교육청도 많아서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교육부와 교육청이 보여주어야 합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사진=티스쿨)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사진=티스쿨)

▲이전 연수에서 기억에 남는 교사가 있다면.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경기도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강의하는데, 강의 도중에 어느 선생님이 화를 내시면서 폭풍 질문을 몇 개 쏟아내시고는 제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제가 무례하게 강의를 한 것은 결코 아니었구요^^;;.

아마도, 고교학점제 정책에 대한 반감이 그 선생님의 내면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 선생님은 왜 저렇게 고교학점제에 대해 화가 났을까’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 워낙 많은 정책 실패를 경험한 과정에서 형성된 분노나 트라우마가 작동해서 일수도 있고, 고교학점제가 결국 ‘나를 더욱 힘들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제가 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할 때,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수업을 1도 따라오지 못한 학생이 목석처럼 앉아있는 모습을 적지 않게 봤습니다. 담임으로서 당연히 상담을 하게 되는데, 학생이 고통을 호소할 때 무기력한 제 자신을 봤습니다.

그 학생에게 “넌 할 수 있어. 열심히 해봐”라고 격려하거나, 공부 방법을 알려주었고, 때로는 학부모 상담을 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학생들은 결국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또래들과 어울려 일탈을 하면서 방황을 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죽어도 수학이 안 되는 학생들에게 기초나 기본 수학만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과목을 듣게 했다면 그 아이들의 삶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요.

작년에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전문가과정 연수를 기획 및 운영한 적이 있었어요. 많은 연수를 듣는다고 해서 전문가가 될까요?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다가 막혔거나 실천으로 돌파한 나름의 경험이 교사들의 내면에 축적되어 있다고 봅니다.

교육과정-수업-평가에 관한 ‘암묵지’가 현장 교원들에게는 있습니다. 그것을 학습공동체를 통해서 끄집어내어, 성찰과 반성을 통해 개선해야 합니다. 연구의 형식으로 체계화하고, 실천 및 실패 사례를 공유해야 합니다.

연수와 연구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실천-기록-연구-공유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때,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어낸 구조의 장벽에 균열을 낼 수 있습니다.

학교의 교육과정을 보면, 상당한 편차가 이미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분석해봤는데, ‘경로의존형’, ‘위인설관형’, ‘수능종속형’, ‘상위권 스펙 만들기형’, ‘편제와 운영의 불일치형’ 등 아쉬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통한 학생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학교도 적지 않았습니다. 교육과정의 매력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그런 교육과정은 공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요.

교육과정에 대한 철학을 먼저 세우고, 학습공동체를 바탕으로, 민주적 소통을 3주체가 부지런히 했다고 봅니다.

여기에 교장과 교감선생님의 리더십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혁신의 가치를 교육과정에서 구현하기 위해 애쓰는 리더 교사들이 존재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지요.

어떤 변화를 말할 때마다 우리는 기-승-전-입시(업무과다, 학부모의 반발 등)를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 교육의 역사를 보면, 남강 이승훈, 도산 안창호, 김교신, 이오덕 등등, 지금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조건에서 교육으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교육계의 선배들이 계셨습니다. 혁신교육의 뿌리에 저는 이 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동네 미용실에서 이발을 하는데 미용실 원장님이 지역의 고등학교 상황을 설명하면서 던진 한마디, “A고등학교는요. 한마디로 쓰레기에요”라는 말에 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성의가 없는 학교를 그분은 그렇게 표현하였던 거죠. A고등학교에 내 아이를 기꺼이 보낼 수 있을까를 자문해봤습니다.

힘든 길인데 고교학점제를 왜 해야 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자녀가 혹은 내 자녀가 진심으로 가고 싶어 하는 고등학교를 공교육에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모든 아이들을 환대하라’ 그것이 고교학점제의 철학입니다.”

지성배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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