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무감독 시험 도입한 제물포고...전통으로 이어져
1학년 학생 소감문에는 양심 지키는 자랑스러움 묻어나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에듀인뉴스] 본교는 1956년 1학기부터 무감독 시험 제도를 운영해 온 전국 최초의 일반고이다. 그동안 수많은 인재들이 본교를 거쳐 갔고 그들은 학교에서 받은 무감독 시험 양심교육에 따라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국가의 동량(棟梁)이자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일찍이 독립운동가인 길영희 선생은 초대 교장으로서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으로 교훈을 삼아 학교를 개교하였고 개교 3년 차에 무감독 시험 제도를 운영하였던 것이다. 

전국 명문고로서 위치를 확보하며 우수한 입학성적은 물론이고 학생들을 살아있는 양심으로 육성하는 교육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긴 학교가 되었다. 이젠 정신문화재급으로 명실상부한 학교의 전통이자 지역사회의 자랑, 그리고 국가적으론 인성교육의 대표 주자로 성장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휴업이 장기화되고 온라인 개학으로 이어지면서 1학년 신입생들에게 충분한 안내와 지도가 부족한 관계로 신입생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또 실제로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역시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이젠 확고한 학교문화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3학년 학생에 비해 학교로부터 충분한 설명과 이해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지만 그들은 지혜롭게 인식하고 자신들이 이젠 방관자가 아닌 주체가 되어 이 전통을 유지해 나가는 주인공이 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강한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본교는 중간고사가 끝난 후에 1학년 학생들은 대상으로 6월 24일부터 1주일간 무감독 시험 소감문 쓰기를 실시한다. 여기에 나타난 몇몇 학생의 글을 통해서 그들이 생각하고 배운 체험의 순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양심 지원단 임영장 수여식. 지원단은 양심활동과 관련 된 모든 것을 학생 자치로 운영한다.(사진=전제학 교감)

1학년 신○○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

"1월 말 제물포고등학교에 다니게 된다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친구에게 “제고는 시험 볼 때 감독이 없어, 무감독 시험이야”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럼 컨닝 하면 모르는 거야?”라는 말과 함께 걱정이 있었다.

6월 19일 기대와 걱정이 많았던 시험 날이 왔고, 1,2교시 자습을 끝낸 후 시험실로 갔다. 한 교실에 10명 정도 앉았고, 옆 친구와의 거리는 4m에서 5m는 되어 보였다. 

여기서 나는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었고, 예비종이 울리더니 다같이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양심에 대한 선서까지 하니 더욱 안심이 되었다.

마음 편히 시험을 볼 수 있었고, 시험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 양심 선언지에 “부정행위가 있지 않았다.”라고 적은 후 나는 감독이 없었던 시험장에서도 제고인은 모두 양심을 지키는구나 하고 뭔가 제고 친구들과의 믿음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은 고등학교 시험도 지금처럼만 한다면 제고의 전통은 쭉 이어지겠다고 생각한다.“

1학년 심○○ "선생님이 있을 때보다 더 조용한 분위기에서 시험을 본 것 같다"

"제물포 고등학교가 무감독 고사를 해왔던 것은 예전부터 많이 들어봐서 알고 있었다.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이게 정말 잘 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첫 무감독고사를 해보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감독 선생님이 있을 때보다 더 조용한 분위기에서 시험을 본 것 같다.” 

1학년 박○○ "시험 시작 전, 방송이 울리며 선서내용을 외치는 데 소름이 끼쳤다" 

"양심의 소리가 들리는가? 여기는 제물포고등학교이다.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라 더욱 떨린 나와 친구들, 먼저 담임 선생님의 시험안내를 듣는다. 막상 듣고 나면 의아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 ‘어떻게 시험을 치는 데 시험감독이 없을 수 있지?’ 애들이 부정행위를 한다면?’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때는 6월 19일, 시험 시간이 시작되었다. 비록 시험 성적은 잘 안 나왔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없었고, 애들도 그러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잘난 성적보다도 먼저 들었던 생각이 60년의 양심을 대대로 이어와 그런지 제물포고등학교엔 진짜로 ‘부정’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까? 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의 성실함이 느껴져서 그러하다. 무엇보다 시험 시작 전, 방송이 울리며 선서내용을 외치는 데 소름이 끼쳤다. 

우렁찬 목소리로 말하는 제고 학생들의 전율이 흐르고 나 자신도 제물포고등학교 학생으로서 양심의 자부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시험을 잘 못 봐서 슬프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제고 학생들이 양심을 지키고 부정행위 따윈 금하며, 성실하게 참여해서 뿌듯했던 점이 더욱 컸다. 다른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말라며 시끌벅쩍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내 후배에게 전하고 싶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너희 모두가 시험 감독관이라며 양심을 지키는 성실한 아이들이 되자”라고 말씀하신다. 지금 나는 ‘양심 지원단’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무슨 활동을 할지 기대가 크다. 처음에는 ‘귀찮은 일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지나가는 바람에 불가했고, ‘들어와서 기쁘다’는 생각이 마음에 꽂혔다.

우리의 제물포고! 아, 아니지.. 우리의 명문고 제물포고는 다음에도 아니, 100년 후에도 양심을 지키는 훌륭한 학생들일 것임을 난 지금도 안다. 시험 부정행위의 불안감? 걱정? 우리는 이 단어들이 뭔지 모를지도……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주신 많은 선배님들과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남기고 싶다.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무감독 고사 선서하는 학생들.(사진=전재학 교감)
무감독 고사 선서하는 학생들.(사진=전재학 교감)

학교가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하고 있다. 이는 수업 개선, 학교폭력예방 못지않은 온 국민의 관심사다. 특히나 코로나19로 학교 교육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요즘에 수도권의 몇몇 대학에선 온라인 중간고사 부정행위가 밝혀져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인하대, 서강대, 건국대, 한양대 등 명문대 학생들 사이에 양심을 저버린 부정행위가 의대생을 비롯하여 많은 학생들이 가담한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적으론 하버드와 같은 최고의 명문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정한 인성교육은 교과서로 특별히 지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학생들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지금처럼 양심과 도덕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인간답게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긍심을 느낀다면 이를 실천하는 행위의 주체들이 양심교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스스로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낀다면 이 보다 값진 교육은 없을 것이다.

온라인 교육의 실행 과정에서 ‘진실의 순간’이 속속 밝혀지면서 학교 교육과 교사의 신뢰가 흔들리는 이 시대에 학교의 모든 교육공동체가 합심하여 ‘양심의 1점이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는 사실을 교육하는 것은 어느 개인의 문제를 넘어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고 이를 기나긴 전통으로 실행해 오는 본교는 인성교육의 선두주자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위 체험기에서 학생이 밝힌 바와 같이 차후에도 이 땅의 양심교육 최후의 보루로 당당히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은 학생 교육의 자랑이자 사명이기도 하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