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상반기 학생‧학부모 상담주간 운영의 실태

[에듀인뉴스] 학교에서는 매년 1, 2 학기 중에 총 두 차례의 학생‧학부모 특별 상담 주간을 갖는다. 올해도 변함없이 찾아왔다. 장기 휴업과 코로나19로 인해 학사일정이 전반적으로 늦추어진 가운데 서도 코로나 방역에 따른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조정된 학사일정으로 1주일(7월 6일~7월 10일) 동안에 걸쳐 진행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하며 학생들에겐 직접 안내를 하였다. 그러나 단기간에 걸친 상담기간인지라 상담 신청을 한 학생이나 학부모 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다. 

학교에선 Wee 센터의 전문상담교사가 중심이 되어 담임교사와 공조체제를 이루어 실시했다. 

학교가 학생이 존재함으로써 의미가 있듯이 상담 역시 학생들의 고민과 다양한 문제가 있기에 가능하다. 이를 해소하여 원만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기에 상담주간은 정규 교과교육 이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특별과정이기도 하다. 

학교는 상시 상담실, 즉 Wee 센터의 문이 열려있다. 그런 환경인지라 특별 상담주간을 운영해도 관심이 크게 고조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일상 속에서 상담의 생활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다소의 관심을 유도하고 홍보의 효과는 있기 마련이라 기다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기회가 된다. 2020학년도 상반기 전문상담교사의 상담주간 운영 결과 보고에 근거하여 학교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자살에 대한 충동과 심리적 긴장, 우울증의 현상이 다소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학교 현장에선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경우다. 왜냐면 생명존중과 심리적 안정이 가져오는 상담의 효과는 교과학습에서 파생하는 문제해결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결국 상담 대상자의 양적 증가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내담자(학생)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비중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코로나 블루와 겹쳐 학생들의 우울 증상 해소와 잠재적인 자살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기에 실행 의미는 더욱 크다 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상처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상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눈에 띄는 효과도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분명 작은 변화를 동반하기에 멈출 수 없다. 예컨대 분노가 끓어올라 폭력적이던 학생이 변화하고 죽음까지 상상하던 학생이 살려는 소망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다시 용기를 내어 학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꿈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내닫기도 한다. 

이번 상담주간은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를 통해 관심군 우선에서 자살로 체크되었던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상담을 실시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나 시도를 경험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는 상담교사의 고백이다. 

그리고 사연을 통해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어른으로서 참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평소 인정이 많고 다정다감한 본교 상담교사는 단지 직업적인 측면의 업무가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문제를 도와주려던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도 하여 충분히 짐작이 갔다. 

학생들의 고민은 주로 집안에서 아무 존재감이 없다는 하소연과 유령 같다는 말과 함께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존재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요?” “집안에서나 학교에서나 유령 같은 존재로 취급받는다면 나의 느낌은 어떨까요?” 아이들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고백과 함께 ‘차에 뛰어들어 죽을까?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을까?’라고 고민하는 학생 앞에서 상담교사는 매일 같이 긴장하고 걱정이 태산임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상담교사는 자주 이렇게 아파하는 아이들을 만나 속마음을 듣고 싶다고 했다. 

현재 고등학교는 1, 2학년의 경우는 격주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다. 이제 상담을 받던 학생들이 또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돌아간다. 전화로는 상담에 한계가 있다. 그중에서도 자살예방을 위한 상담은 특히 제약이 크다. 

직접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고 몸 짓 하나라도 관찰하면서 공감하고 경청해야 하는데 전화 상담으로는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효과가 없다. 

담임교사의 도움을 받으려 해도 이런 학생은 온라인 수업 기간에는 거의 연락이 되지 않는다. 결국 상담교사는 오늘도 마음을 졸이며 이 학생들이 무사히 살아주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과 등교 수업으로 직접 대면을 기다리는 마음뿐이다. 

이번 상담주간을 통해 나타난 사실은 아이들만 힘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교사는 학생의 불손한 태도와 말투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였다. 수업 시간에 갑작스런 돌발 행동으로 인하여 개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전히 학생 지도에 무력감을 느끼고 특히나 학생들 앞에서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아 무능한 교사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간직하기도 하였다. 교권보호법이 있어도 수업 시간에 불손한 학생을 통제하지 못하는 교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렇게 교사가 자존감을 상실하여 우선적으로 교사와 공감을 나누고 대처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시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간의 고민은 모두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심리학자 아들러의 말처럼 이 또한 교사와 학생 간의 인간적인 사랑으로 해결 할 수 있음을 상담주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는 매우 다행스런 일이기도 하다. 결국 갈등을 겪은 교사와 학생은 서로 솔직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오해를 풀고 학생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이것이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바람직한 변화의 작은 출발이다. 

교사와 학생은 이렇게 서로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상호 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했으며 이것은 이번 상담주간 운영이 주었던 작은 성과이기도 하였다. 

그밖에 온라인 수업으로 힘들어 하는 학생, 자기 인생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는 학생, 사춘기로 고민하는 학생, 자퇴하고 싶다는 학생, 먼지 같은 느낌이라는 학생, 자기가 쓰레기 같다는 학생 등등이 상담을 받았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던 한 정치인이 생명을 마감했다. 살아 있는 생명에게는 반드시 희망이 있기 마련이다.

성장기의 학생들은 늘 마음이 아프다.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함께 보듬고 공감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쌓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가정에서 학교에서 아무런 존재감 없이 먼지 같다는 느낌을 가진 청소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학교에서의 상담주간운영을 통해서 얻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학생들에 대한 ‘걱정보따리’를 한 아름 안고 살아가는 교사들에게 교육자적 사명감을 가지고 힘을 내어 굳건하게 생활하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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