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리포트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창의성 극대화

"20대 때부터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부하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은 나의 삶과 정책적 철학을 바탕으로 주관적 관점으로 이루어진다. 내 시선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나름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의도적으로 주관적이고 관찰적인 시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되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객관적 지식 및 데이터는 최소화 할 것이다. 정책가는 좌우 이념의 대립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게 내 신념이다." 젊은이의 눈에 비친 세계.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며 깨달은 철학은 무엇일까. <에듀인뉴스>는 새해 첫 연재로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과 함께 떠나는 '옥승철의 세계 정책여행’을 기획했다.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개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코이카 인턴으로 요르단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일하였다. 그 후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공공정책 석사를 공부하였다. 졸업 후 싱가포르의 북한 관련 NGO Choson Exchange에서 북한에 대한 연구를 하였고, 미얀마의 US AID 소속 NDI(National Democratic Institute) 민주주의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미얀마의 소수민족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연구하였다. 현재는 덴마크 비즈니스 스쿨 석사를 다시 하면서 덴마크 복지 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과학원대학에서도 중국에 대해 배우고 있다. 2016년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한국청년정책학회를 세워 청년정책 개발을 본격화 하면서 부이사장으로서 정당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북한의 개혁개방 및 통일을 위해 일하고, 나라의 정책을 개혁하여 향후 몇백년 동안 부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개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코이카 인턴으로 요르단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일했다. 그 후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공공정책 석사를 공부하였다. 졸업 후 싱가포르의 북한 관련 NGO Choson Exchange에서 북한에 대해 연구했고, 미얀마의 US AID 소속 NDI(National Democratic Institute) 민주주의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미얀마의 소수민족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연구했다. 현재는 덴마크 비즈니스 스쿨 석사를 다시 하면서 덴마크 복지 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과학원대학에서도 중국에 대해 배우고 있다. 2016년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한국청년정책학회를 세워 청년정책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부이사장으로서 정당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창의력을 키우는 '덴마크 시험'을 경험하다

중국의 북경에는 SDC(Sino Danish Center)라는 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덴마크의 여러 대학이 협력해서 세운 학교로 8개의 학교가 8개의 각기 다른 전공을 담당하고 있다. 필자는 덴마크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소속으로 이 학교에서 공공행정과 덴마크 복지를 전공하고 있다.

첫 과목 시험의 주제는 서로 다른 두 체제를 비교하는 것이었는데 필자는 민주주의로 정하고 중국의 민주주의를 한국과 비교해서 쓰기로 했다.

이번 시험은 그룹 리포트를 작성하는 시험이었고 나는 그저 이때까지도 이 시험방식을 평범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곧 시험 준비 시간표가 게시되었고 평소 한국과 영국에서 보지 못했던 생소한 시험 방식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덴마크식 시험의 특징

1) 시험 보기 2주일 전부터 교수들과 주제에 대한 토론 및 피드백

2) 리포트 마감 일자에 리포트를 제출하고 일주일 후에 교수와의 구술시험

덴마크의 모든 시험이 그렇지는 않지만 이번 시험의 특이한 점은 리포트를 제출하고 일주일 후에 혼자서 2명의 교수 앞에서 리포트에 대해 발표하는 구술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리포트 제출 2주일 전에 수업을 마무리하고 시험 준비기간을 준다.

이 시험 준비 기간 동안 필자는 팀원인 중국과 덴마크 학생들과 온종일 민주주의에 대한 공부와 토론을 하였고 그 다음날 교수들과 30분씩 토론을 하며 피드백을 받았다. 필자는 처음에는 교수의 피드백에 무조건 Yes라고 답했으나 같은 팀원이었던 덴마크 친구가 나에게 말하길 덴마크에서는 교수님의 의견에 무조건 Yes라고 하기보다는 정말 자기 생각이 맞다고 생각되면 때로는 No라고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아무리 교수라고 하더라도 교수의 의견에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덴마크 특유의 학생과 교수간의 수평적 문화에서 기인한다. 이 수평적 문화는 곧 창의성으로 이어져 아무리 권위 있는 교수의 의견이라도 100% Yes라고 말하지 않고 정말 옳은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덴마크는 자기 생각이 교수와 다르면 정말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문화이다. 그리고 교수도 학생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주장에 귀를 기울여준다.

2주의 시험준비 기간 동안 각자 교수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날짜를 공식적으로 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외에 더 논의하고 싶으면 자연스럽게 연락하거나 교수를 찾아가서 주제에 대해 대화하였다. 약속을 잡아도 되지만 보통 교수들은 방문을 활짝 열어 놓아 공부하다가 가서 궁금한 게 있으면 문을 노크하고 시간이 괜찮으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수평적인 문화는 필자가 한국이나 영국에서 공부하면서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학문적 자유스러움이었다. 그리고 그 학문적 자유속에서 필자는 지식의 해방을 느낄 수 있었다.

2주 동안의 시험준비 기간이 끝나고 팀원들과 공들여 작성한 리포트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필자는 사실 시험이 끝났다는 기분으로 덴마크 친구에게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 친구는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후의 발표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그 친구는 “구술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쓴 리포트를 분석하여 교수가 말하기 전에 부족했던 부분을 찾고 스스로 비판하고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험에서 점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리포트의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잘못되었으면 그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내어

5분간 주어지는 발표시간에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보완할 이론이나 데이터가 있으면 그 부분을 찾아서 발표해야 한다.

교수가 먼저 부족한 부분을 비판하게 되면 점수가 깎일 수 있다.

우리는 리포트를 제출한 다음 날부터 다시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우리 논문의 부족한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비판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이때가 리포트를 작성할 때보다 더 힘들었다. 우리는 다른 논문들과 책들을 읽으며 그리고 계속 의견을 나누며 우리의 리포트를 하나하나 분해해 분석하였고 어느 정도 보완할 곳을 찾아내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시험 준비 기간에 교수님은 우리가 쓴 한 문단의 주장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고민은 이 문단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다른 대안을 찾느냐 아니면 교수님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의 주장을 더 강화할 것들을 찾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교수님과 맞짱을 뜨기로 하였다. 한국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덴마크 친구의 말에 의하면 구술시험에서는 비판하는 교수님을 설득시키면 더 놓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설득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점수를 깎이게 된다.

구술시험 전에 이미 리포트의 성적이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구술시험에서 성적을 올릴 수 있거나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리포트를 정말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이론과 방법이 없나 끊임없이 생각해 봐야 했다. 그리고 교수의 비판에 대해서도 과연 교수의 의견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내 주장이 맞다고 확신하여 설득할 것인지, 또한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생각을 해봐야 했다.

구술 시험을 위해 대기하는 덴마크 중국 학생들
구술 시험을 위해 대기하는 덴마크와 중국 학생들

리포트를 제출하고 일주일이 지나 구술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우리 팀원은 각자 따로 순서대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장에 들어가니 두 분의 교수가 있었다. 필자는 교수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간단한 요약과 우리 리포트의 부족한 부분들을 말하였고 개선해야 할 점들을 말하였다. 다행히 교수들은 내 주장에 끄덕이면서 그 부분이 이상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한 교수의 의견에서 우리 주장과 맞지 않는 부분이 나오게 되었다. 교수는 중국의 민주화를 불가능으로 보았고 우리는 중국에 언젠가는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것임을 주장하였는데 근거로는 불평등 지수를 보완점으로 내세웠다. 결국 치열한 토론 끝에 교수님을 설득할 수 있었다.

덴마크 구술시험은 시험이 끝나고 바로 점수가 나온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필자는 잠시 방을 나오게 되었고 5분 후 다시 들어가 교수님들의 피드백을 듣게 되었고 점수를 받았다. 점수는 95점부터는 만점인데 96점을 받았다. 이렇게 필자의 새로웠지만 치열했던 덴마크 시험이 끝나게 되었다.

덴마크가 추구하는 세 가지 교육 가치

거의 한 달간의 시험준비와 시험을 치르면서 덴마크가 추구하는 세 가지 교육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주관적으로 느낀 덴마크가 추구하는 세 가지 교육의 가치

1) 개인에게 선택을 자유를 주면서 주인의식과 자존감을 심어준다

2) 협동심을 강조하고 더불어 소통하고 연대하는 것을 알려준다

3) 비판적인 능력을 길러 창의성을 기르게 한다

첫 번째 가치는 교수의 주장에만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교수의 주장을 비판할 것인가에 대한 자유를 주면서 내가 리포트를 쓰는 주체이고 그러므로 선택은 나에게 있다는 주인의식이 생겼다. 그로 인해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고, 내가 내세운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 자존감이 살아났다.

두 번째 가치는 협동심인데 시험 준비 기간 교수의 끊임없는 비판은 우리 팀원들에게 문제를 해결하고야 말 것이라는 단결심을 높여주어 더욱 소통하고 연대하게 했다.

세 번째 가치는 비판적인 능력인데 구술시험에서 보듯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고민하고 찾는 과정에서 호기심도 생기고 생각지도 못했던 창의적인 방법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리고 덴마크의 구술시험의 특징은 절대 암기한 것을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론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적용 그리고 얼마나 그것을 이해했는지 그리고 비판할 수 있는지를 보았다.

교육개혁에 죽을 각오로 임해야 한다

필자는 처음 덴마크식 시험을 치렀지만 정말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덴마크의 방식을 우리나라의 교육에도 적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 대학생 과제의 대부분은 암기와 짜깁기 리포트로 되어 있다. 이러한 대학 시험 방식은 절대 창의력을 기를 수 없다.

이를 뒷받침 하듯, 2015년 국제 창의성 지표(Gloval Creativity Index)에서 덴마크는 5위, 우리나라는 31위를 기록하였다. 이마저도 기술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서 31위를 기록하였지 창의성 관련 지수들은 50위, 70위로 하위권을 기록하였다.

21세기 4차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창의성(Creativity)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창의성이 곧 경제적인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자 국가발전의 핵심 요소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한국 교육은 과연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 스스로 비판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필자가 철학자로서 가장 존경하는 철학교수인 최진석 교수에 따르면 창의력은 결국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창의력은 무언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이루는 ‘장르’를 만들어 세계를 선도하는데 4차 산업시대에는 이러한 장르를 만드는 선도력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장르’를 만들지 못했다.

그저 선도국가의 기술을 암기하고 베껴서 지금까지 왔을 뿐이다. 이러한 발전은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미국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구글, 아마존 같은 창의성 기반 산업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부와 일자리를 창출할 때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하나둘 씩 망해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는가?

우리나라의 교육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필연적으로 죽을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덴마크식 교육을 바탕으로 최진기 교수가 주장한 타인의 주장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한 개인의 독립된 주체로서 비판적이고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게 하며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주어 새 시대를 창의적으로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프레임을 키워야 ‘장르’를 만들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