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없앤 백사장, 日 동경은 인공 해변 조성
500조원 이상 땅값 美 센트럴파크...100년 뒤 후손 삶 위해 유지
가치 비용 따질 수 없는 '한강 백사장' 복원 기초 연구 시행해야

[에듀인뉴스] "20대 때부터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부하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은 나의 삶과 정책적 철학을 바탕으로 주관적 관점으로 이루어진다. 내 시선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나름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의도적으로 주관적이고 관찰적인 시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되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객관적 지식 및 데이터는 최소화 할 것이다. 정책가는 좌우 이념의 대립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게 내 신념이다." 젊은이의 눈에 비친 세계.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며 깨달은 철학은 무엇일까. <에듀인뉴스>는 새해 첫 연재로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과 함께 떠나는 '옥승철의 세계 정책여행’을 기획했다.

일본 동경 오다이바에 조성된 인공해변. 사진=옥승철
일본 동경 오다이바에 조성된 인공해변. 사진=옥승철

[에듀인뉴스] 2011년 일본 동경 호세이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할 당시였다. 어느 날 일본친구들과 동경의 ‘오다이바’라는 곳에 갔는데 도시 한복판에 멋진 백사장이 있었다. 이 백사장은 상당이 큰 규모였고 사진처럼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쉬는 해변이었다.

한창 백사장에서 일렁이는 파도와 모처럼 회색이 아닌 주홍빛의 도시를 감상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이 백사장은 인공해변이야.

나는 이 말을 듣고 당시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해변이 꽤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니 갑자기 도시 한복판에 이런 아름다운 백사장이 있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했었다.

나는 이 도시 백사장을 뛰어다니며 아이처럼 즐거워했고 파도치는 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였다.

평소 도시 한복판에서 느낄 수 없는 평온함과 따뜻함이 내 마음을 감쌌다. 그때 나는 ‘우리나라 서울에도 강이지만 도시 백사장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고, 8년이 지난 후 서울 한강에 백사장이 있었는지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는 넓고 멋진 백사장이 존재했다.

한강에도 분명 백사장이 있었다. 사진출처=sueartshop blog
한강에도 분명 백사장이 있었다. 사진출처=sueartshop blog

19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한강 백사장의 크기는 250만평이 넘었고 평균 40만명이 도시 백사장을 이용했다. 현재 서울 시민들은 백사장을 보러 강원도 속초 등 멀리 가야하지만 이 때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럼 한강의 백사장은 언제, 왜 사라졌을까?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과 도시개발사업 때문이다. 한강을 공원화하기 위해 시멘트를 부었고, 강의 모래를 퍼 아파트나 빌딩을 세웠다. 1980년대 후반이 되자 경제는 부유해졌고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거대해졌지만 여름이면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던 한강의 고운 모래사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일상 속에서 누리던 소중한 자연이 흔적도 없이 없어졌고, 사람들은 백사장을 찾아 멀리 여행을 떠난다. 백사장을 없앤 건 다름 아닌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이었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 가치를 갖고 사는 것일까? 국가는 과연 어떠한 철학적 바탕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인가? 내가 보기에는 사람들도 국가도 개발과 돈에 매몰되어 한치 앞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강의 백사장의 복원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연구해봐야 알겠지만, 지금이라도 한강의 백사장 일부라도 돌려놓기 위한 기초연구를 시행하여야 한다. cost-benefit (비용편익분석)에 바탕을 둔 타당성 조사는 높은 개발비용 때문에 통과하기 힘들고 반대도 많겠지만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복원을 진행해나가야 한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도 현재 지가를 따지면 500조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뉴욕 주민들은 도심 한가운데를 개발하지 않고 숲으로 남겨 두었다.

100년 전 도시가 급속도로 팽창하던 당시 뉴욕의 센트럴파크 조성에 대해 많은 찬반이 있었지만 100년 후의 후손들을 위해 자연을 남겨두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식 비용편익분석 및 타당성 조사를 했다면 통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100년이 지난 뉴욕의 센트럴파크에는 지금도 많은 도시 사람들이 울창한 숲과 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지친 마음을 달래고 있다. 자연과 그로인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혜택은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가 없다.

언젠가는 미래세대에게 서울 한강의 아름다운 백사장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친 도시의 시민들이 자신의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곳에 대한 가치는 비용편익분석으로도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한강의 백사장에서 즐거운 휴식시간을 보내는 것에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나는 미래에 태어날 나의 아들과 딸과 함께 손잡고 한강의 해변에 발을 담그고 뛰어놀 그날을 기대한다.

옥승철 한국청년정책학회 부이사장
옥승철 한국청년정책학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