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자연은 어디로 갔는가
일상의 자연은 어디로 갔는가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4.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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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으로 덮인 도시...약수 아닌 생수통 들고 걷다
"개발 우선 아닌 환경 고려한 정책으로 선회해야"

 

"20대 때부터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부하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은 나의 삶과 정책적 철학을 바탕으로 주관적 관점으로 이루어진다. 내 시선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나름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의도적으로 주관적이고 관찰적인 시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되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객관적 지식 및 데이터는 최소화 할 것이다. 정책가는 좌우 이념의 대립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게 내 신념이다." 젊은이의 눈에 비친 세계.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며 깨달은 철학은 무엇일까. <에듀인뉴스>는 새해 첫 연재로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과 함께 떠나는 '옥승철의 세계 정책여행’을 기획했다.

영국은 도시에서도 마을과 자연 그리고 동물이 평화롭게 어울려있다. 사진=옥승철
영국은 도시에서도 마을과 자연 그리고 동물이 평화롭게 어울려있다. 사진=옥승철

[에듀인뉴스] 옥스퍼드에서 공부할 때였다. 방학을 맞아 처음으로 런던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버스에 탔다. 런던 시내에는 처음 가는 것이라 무척이나 들떠있었다. 버스를 타고 복잡한 옥스퍼드 시내를 벗어나자 광활한 초원이 펼쳐졌다. 충격이었다. 그 초원은 런던까지 계속 이어졌고 런던에 들어와서야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만 해도 도시에서 조금만 나가면 푸른 들판과 산들이 자주 보이곤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지금은 대도시로 변한 판교는 중학교 때 자연을 느끼러 가족과 자주 놀러 가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맑은 물과 푸르른 산과 들판이 있었다. 판교 바로 위 가까운 곳에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있다는 것이 나를 더욱 놀라게 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의 일이 감명 깊었나 보다. 지금 판교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회색빛깔로 덮인 도시가 되어버렸다.

나는 학창시절을 용인의 작은 동네인 신갈에서 보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 뒤에는 큰 산이 있었고 가족들은 반려견과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곤 했다. 그 산에는 벚나무와 아카시아나무가 아름답게 꽃을 피웠고 산책길에 목을 축일 약수터도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자연의 소중함을 몰랐다. 어른이 되어서야,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보면서 깨달았다. 유럽과 호주 등 선진국에서 살면서 보았던 것은 10년 아니 2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오래된 건물과 자연이었다. 나는 20살 때까지만 해도 선진국의 경제가 어려워서, 역량이 부족해서 개발하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려고 일부러 개발하지 않는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자라던 동네에는 항상 논과 숲 그리고 들판이 있었다. 그곳은 서울과도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산을 밀고 논을 덮어 아파트를 세웠다. 우리 어머니는 집값이 올라간다고 좋아하셨고 나도 그저 좋은 것인 줄 알았다.

어른이 되어 도시에 살면서 마음이 답답할 때면 자연에 몸을 맡기려 주변을 보지만 어디에도 자연이 보이지 낳는다. 답답한 마음에 하천으로 가도 콘크리트와 사람들뿐이다.

어렸을 때 거닐던 숲과 들판, 들었던 새소리, 목이 마를 때 실컷 마셨던 약수가 그립다. 지금은 자연 약수가 아닌 생수통을 들고 도시를 걷는다.

영국 옥스퍼드시 외곽의 호수. 영국은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처럼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진다. 사진=옥승철
영국 옥스퍼드시 외곽의 호수. 영국은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처럼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진다. 사진=옥승철

우리나라는 주거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특히 수도권의 많은 산과 들을 밀어버렸다. 많은 그린벨트가 해제되었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예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근처에 자연이 있었는데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제는 자연을 보려면 짐을 챙겨 차를 타고 멀리까지 가야 하는 지경이다.

내 시대의 일은 아니지만 70~80년대만 해도 한강에는 거의 40만명을 수용하는 넓은 백사장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시민들은 한강에서 물놀이를 즐겼단다. 그러나 한강 모래들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파헤쳐져 건물을 올리는 데 사용됐다. 내가 만약 시장이라면 한강 백사장의 복구를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내세울 것 같다.

지금까지 아직도 개발은 자연보다 더 귀중한 가치로 여겨진다. 국가 차원에서도 개발에 열을 올린다. 어디에 집을 더 지을 곳이 없는지, 도시를 만들 곳이 없는지 찾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들어 도시의 빈집이 많아지고 도로 등 인프라들은 관리하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도시를 더 만들 것이 아니라 줄여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도시가 팽창하지 못하도록 그린벨트를 재지정하거나 해제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 비전은 개발에서 환경을 먼저 고려하는 것으로 선회해야 한다.

아직 1980년대 군사정권의 국가비전으로 선진국이 되겠다며 외치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국가 비전을 세우지 않는 한 선진국 문턱에도 닿을 수 없다.

자연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존엄성 또한 지키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과 공존한다. 공존이란 둘 중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도 죽는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 자연은 우리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안함과 행복감을 준다. 그래서 국가차원에서 모든 개발에 자연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고 그린벨트를 늘려가야 한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도시를 되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연을 되살려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다. 국민들 또한 개발과 돈의 논리에서 벗어나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지키는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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