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20대 때부터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부하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은 나의 삶과 정책적 철학을 바탕으로 주관적 관점으로 이루어진다. 내 시선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나름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의도적으로 주관적이고 관찰적인 시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되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객관적 지식 및 데이터는 최소화 할 것이다. 정책가는 좌우 이념의 대립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게 내 신념이다." 젊은이의 눈에 비친 세계.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며 깨달은 철학은 무엇일까. <에듀인뉴스>는 새해 첫 연재로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과 함께 떠나는 '옥승철의 세계 정책여행’을 기획했다.

 

좋은 환경의 대물림

몇 년 전 대학원에 다니는 친한 친구가 다음 학기 학비를 집안 사정상 못 내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학비를 구하던 그 친구는 나에게도 적은 돈이나마 빌려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누가 봐도 정말 열심히 살고 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회에 공헌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그가 다니던 한국 학교에는 성적 장학금밖에 없다고 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한국 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적을 경쟁해서 이기는 자만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관념 위에 만들어진 성적 우대 장학금 정책이었다.

대학 입장에서는 성적에 따른 장학금은 성적 경쟁을 통한 학생들의 실력 향상과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난 글 <출발선은 누구에게나 똑같다고?...선천적 능력은 공유재>를 통해 선천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춘 학생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선천적으로 유복한 가정에 태어난 학생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보다 교육의 양과 질에서 확연한 차이가 날 수 있다. 학생의 두뇌는 또한 성장기의 영양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유복한 집안은 반찬의 수와 질에서도 많은 차이가 난다.

얼마 전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에서도 보듯이 엄마들은 자녀 반찬의 질과 양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님들의 맞벌이로 인해 자녀의 식사에 관심을 쏟기 힘들다. 가난한 학생들은 혼자서 양과 질이 낮은 반찬으로 끼니를 대충 때우거나 라면을 먹고 군것질을 많이 한다. 그래서 크면서 영양의 차이는 두뇌와 체격의 차이로 나타나고 결국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들이 공부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가난한 학생은 그런 선천적인 불리함을 엄청난 노력으로 이겨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반대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부모님께 용돈을 타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상식선에서 지금까지의 내 말이 틀렸는가?’ 나는 일반적인 우리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성적장학금 줄이고 생활장학금 늘려야...도덕적 해이 막는 정책도 함께 고민해야 

그래서 각 대학은 성적 장학금의 비율을 줄이고 저소득층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룰이며 평등이다. 가난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감면해주어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공부와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면 그 학생은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이것은 결국 Poverty Trap이라는 가난의 덫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게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다.

2016년부터 고려대는 성적 장학생을 모두 없애고 저소득층의 등록금을 감면해주거나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장학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많은 저소득층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줄이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나는 지난 글에서 욕망을 채우기 위한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과 같다고 주장했다. 복지란 욕구에 의한 것이 아닌 정말 필요해 의한 것들을 위해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의 연장 선상에서 장학금 또한 보상이 아닌 복지로 보아야 한다. 이미 부유한 좋은 환경에서 자라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하여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은 이미 선천적인 것들로 인해 큰 혜택을 본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에게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장학금을 주면 포퓰리즘 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장학금은 복지와 똑같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즉 장학금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주는 Merit Based가 아닌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주는 Need-Based가 되어야 한다. 장학금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사다리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국내의 모든 대학은 필요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Need-Based로 장학금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선천적인 기회의 불평등을 조정하여 출발선을 같게 해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무조건 가난하다고 해서 장학금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학생이 자신 스스로에 대한 삶의 개선 의지가 확고한 상태여야 장학금으로 술을 마신다거나 무분별한 쇼핑을 한다거나 하는 Moral Hazard(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도덕적 해이를 막는 관련 정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제 선천적인 불평등을 그냥 놔두지 말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기회의 평등을 이루고 조건이 공평한 상태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 출발선이 다른데 어떻게 경쟁을 하겠는가? 모든 사람은 사회·경제적 차별없이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할 권리가 있다.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개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코이카 인턴으로 요르단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일했다. 그 후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공공정책 석사를 공부하였다. 졸업 후 싱가포르의 북한 관련 NGO Choson Exchange에서 북한에 대해 연구했고, 미얀마의 US AID 소속 NDI(National Democratic Institute) 민주주의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미얀마의 소수민족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연구했다. 현재는 덴마크 비즈니스 스쿨 석사를 다시 하면서 덴마크 복지 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과학원대학에서도 중국에 대해 배우고 있다. 2016년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한국청년정책학회를 세워 청년정책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부이사장으로서 정당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옥승철 한국청년학회 부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개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코이카 인턴으로 요르단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일했다. 그 후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공공정책 석사를 공부하였다. 졸업 후 싱가포르의 북한 관련 NGO Choson Exchange에서 북한에 대해 연구했고, 미얀마의 US AID 소속 NDI(National Democratic Institute) 민주주의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미얀마의 소수민족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연구했다. 현재는 덴마크 비즈니스 스쿨 석사를 다시 하면서 덴마크 복지 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과학원대학에서도 중국에 대해 배우고 있다. 2016년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한국청년정책학회를 세워 청년정책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부이사장으로서 정당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