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상담 속 비교과 교사라 차별 받는 전문상담교사
전문상담교사 '둘 수 있다'가 아닌 '둬야 한다'로 바뀌어야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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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학교에서 이뤄지는 상담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전문상담교사 수요가 폭증하여 정부에서는 매년 많은 전문상담교사를 선발인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최근 일선학교는 각종 상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상담신청으로 전문상담교사들은 점심을 먹거나, 쉬는 시간을 가질 틈도 없이 학생들의 다양한 상담에 올인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형국이다.

방과 후나 일과 이외의 시간에 전화나 메신저를 통한 상담 신청까지 포함하면, 전문상담교사들의 상담관련 업무과중은 엄청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각종 정신적인 상담, 사안에 따른 상담, 특별교육프로그램 상담, 학업중단숙려제 프로그램 운영 등 전문상담교사가 감당해야할 상담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비교과교사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차별까지 감수하고 있다.

경기도 K 전문상담교사는 “학생들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학생들이 내뱉는 모든 유형의 대화를 고스란히 상담교사는 안아야 한다”며 “단지, 비교과교사인 전문상담교사가 수업이 없다는 이유로 근무평정, 성과급, 업무분장 등에서 차별을 받는 것에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2020년 1월28일 교육통계 자료에 의하면, 유·초·중·고 전체 교원 수는 49만6504명이며, 전문상담교사는 2609명(전체 교원수 대비 약 0.525%)이다. 초·중·고 전체 학급 수는 23만2949명이며, 전체 학생 수는 545만2805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학생 수를 전체 학급수로 나눠보면, 학급당 학생 수는 23.4명으로 표현됐다.

초·중등교육법 제33조(초등학교 교원의 배치기준)에는 ‘③초등학교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교사 외에 보건교사·전문상담교사 및 사서교사를 둘 수 있다’, 제34조(중학교 교원의 배치기준)에는 ‘③중학교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교사 외에 실기교사·보건교사·전문상담교사 및 사서교사를 둘 수 있다’, 제35조(고등학교 교원의 배치기준)에는 ‘③고등학교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교사 외에 실기교사·보건교사·전문상담교사 및 사서교사를 둘 수 있다’라고 나온다.

2018년 자살위험 학생 수가 2만 명을 넘어섰고, 심리 상담과 치료 학생 수도 매년 20만 명에 육박하지만, 학교에서 상담을 해 줄 교사는 절반 수준으로 배치되고 있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2019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구갑)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및 조치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자살위험 학생은 2만3324명으로 2015년(8613명)에 비해 약 270%가 증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매년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실시 학생 수가 학령인구 감소로 줄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자살위험 학생 수가 더 많은 비율로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의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도와줄 전문상담교사는 많은 인원을 감당하는 상근교사이거나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지 않는 순회교사인 경우가 많아 자살위험 학생 수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법령에서 전문상담교사는 학교당 1인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둘 수 있다’라는 가능성만 보인 문구라 상근교사의 배치는 더욱 느려지고 있는 실정이며, 전문상담교사는 순회교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상근교사 배치를 더디게 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전문상담교사는 우울·자살 심리, 가정 내 문제, 학업 스트레스, 학교폭력관련 피해 및 가해 학생·학부모 상담 등 다양한 정서적 위기학생들을 상담을 통해 지원하는 학교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전문상담교사가 없거나 순회 오는 학교의 학생들은 정서적인 상담 지원을 받기 곤란하다. 턱없이 부족한 전문상담교사 배치가 절실한 이유이다.

비교과교사인 전문상담교사 배치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교육부 담당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정배치율에 따라 비교과교사를 충원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급변하는 학교현장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학생들에 대한 상담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경기도 L 전문상담교사는 “담임에게 얘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상담교사에게만 털어놓는 학생들이 많아요. 상담교사들이 학교에서 비교과교사라는 이유로 각종 잡무를 떠안는 것도 번아웃의 원인이죠”라고 말했다.

365일, “힘들다. 죽고 싶다. 못살겠다…” 등의 얘기를 듣는 전문상담교사들은 학생들을 최전방에서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과교사라는 이유만으로 학교현장에서 차별과 부당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교과교사와 비교과교사의 간극이 좁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교육부가 법령에 따른 비교과교사 배치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전문상담교사를 둘 수 있다'가 아니라 '전문상담교사를 꼭 둬야 한다'로 해야 한다.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진흥법, 영양교사는 학교급식법, 보건교사는 학교보건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전문상담교사는 학교상담과 관련된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힘들어하는 정서적 위기학생들이 상담을 올바르게 받을 수 있도록 ‘학교상담법’ 제정이 필요하다.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은 학생 200~350명당 상담교사 1인을 배치한다. 전문상담교사가 상담과 기록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담 관련한 업무분장이 필요하다. 중학교의 경우, 상담교사 1명이 700~800명 또는 무려 1500명을 대상으로 상담한다. 이제는 양적인 상담이 아니라 질적인 상담이 필요한 시기다.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공동대표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