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번째 이야기...시내로 나간 16명 아이들과 인솔 교사의 운명은?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의 교단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에듀인뉴스] “다 왔니? 자! 여기 잘 봐~~ 팀별로 쓸 수 있는 돈을 적어 줄게~ 도착해서 물건을 다 고르면 나를 불러~ 그럼 결재해줄게!! 영수증만 나에게 주고 가면 된다^^”
“네~~~~~~~~~~~”
내일은 댄스부 게릴라 콘서트가 열린다. 댄스부 공연에 필요한 물품을 미리 샀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아이들과 같이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서 물품을 직접 구입하기로~~
“선생님~ 혼자 가능 하시겠어요? 같이 가드릴까요?”
아침에 만난 같은 학년 선생님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셔서 감동 받았다. 사실 혼자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아서 부탁을 드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내 마음을 알아주시다니...
“어...아니....네...감사합니다!!!^^”
이렇게 결성된 16인의 결사대는 학교 후문에서 모였다.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같이 버스를 타고 나간다니 신기하고 즐거운 모양이었고, 나는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하게 돌아와야 할텐데’라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두 분의 같은 학년 선생님이 함께 가주셔서 엄청 든든했다.
“선생님 3분 뒤에 50번 버스 온데요! 야호!”
“오~ 타이밍 좋은데? 그런데 좀 뒤로 물러서면 안되겠니? 위험해~~”
16명이 버스를 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맨 마지막으로 타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찍었다. 아이들은 자리에 앉고 선생님들은 서서 아이들이 잘 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하긴 모든 배움이 교실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닐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직접 체험을 하는게 훨씬 재밌고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초등학생 발달단계가 구체적 조작기 아닌가?’
‘아...그런데 혹시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질까? 교실에서만 있으면 안전하게 수업을 할 수 있는데 일부러 모험을 떠날 필요가 있을까?’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이 두 가지 생각이 팽팽하게 내 머릿속에서 맞섰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즐기자’ 하고 아이들 옆 자리에 앉아 대화도 하고 셀카도 찍었다. 교실 밖을 벗어나 아이들을 보니 뭔가 다르게 보이는게 신기했다.
“자~ 이곳에서 먼저 느낌만 볼게~ 앞으로 두 군데를 더 가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봐~ 그리고 한 군데를 정해서 사는거야~ 알겠지?”
아이들 눈빛이 반짝 거린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눈은 이곳 저것 스캔하며 손은 가격표를 재빠르게 확인한다. 마음에 들어서 몸에 가져다대면 꼭 가격이 비싸다. 예산 지원이 많지 않아서 미안했다.
횡단보도를 건너 나머지 두 곳도 확인했다. 자! 이제 선택의 순간이다. 아이들은 장소를 나눴고, 선생님들도 각 장소에서 아이들 물품 구입을 지원하기로 했다.
“선생님~ 저희 금액 딱 맞췄어요~ 잘했죠?^^”
“선생님~ 저희 팀은 저 혼자 왔는데... 아이들과 연락하면서 고르려고 하니까 엄청 힘들어요 어떡하죠?”
“선생님~ 근데 이 옷이 예쁜지, 저 옷이 잘 어울리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이들마다 성향도 달라서 힘들었지만 함께 가주신 선생님들이 예쁜 디자인 조합도 권유해주시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성을 잘 해주셔서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 아마 나 혼자 갔더라면 완전 당황하고 시간만 흘러갔을 것이다.
“어? 안녕하세요~ 저 벌써 고3이에요~”
아이들이 구입한 물품을 계산하려고 걸어가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2014년 6학년 제자 00이다. 다행히 얼굴과 이름이 바로 떠올랐다. 옆에 계신 00이 어머니가 먼저 인사를 해주셨는데 이름을 기억 못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그나저나 제자들이 벌써 고3이라니...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
“선생님~ 다 구입했는데 3,600원 남아요. 큰일이에요. 앗! 저기 보이는 1,200원 짜리 캐릭터양말 3개를 사면 딱 이죠?”
“우와~~~ 대박!!!!!! 저 지금 소름 돋았어요~~~”
옆 반 선생님의 기지로 203,300원 정산을 딱 떨어지게 끝낼 수 있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함께 한 선생님들이 고마워 맛있는 차 한잔을 대접했다. 선생님들 덕분에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고 말이다. 퇴근 길, 짙은 석양이 그림처럼 내 앞에 펼쳐진다.
이번 주, 댄스부 아이들은 각자 열심히 고르고 구입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멋지게 공연을 마쳤다. 나와 함께한 선생님들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