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교사의 스물한 번째 이야기...'개학'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하루 만에 세상이 달라졌지? 정말 놀랍도다!!”

[에듀인뉴스] 분명 어제는 여유 롭게 책도 읽고, 아이들과 무슨 활동을 할지 생각도 하며 보냈는데, 오늘은 처서를 알아채지도 못 할 만큼 내 생각과는 다르게 엄청 바쁘게 시간이 흘러갔다. 도대체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정답은 개학이다! 오늘은 전국 학부모들을 슬픔으로 이끌었던 방학이 가고 전국 교사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개학이다.

개학 첫 날, 긴장한 채 아침 일찍 출근한다. 출근 길 주차장에서 부장 선생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주차장 뒤편에 있는 제비집도 잘 있나 확인을 해본다. 새끼 제비들의 안락한 보금자리는 그대로 있지만 장성한 제비들은 이제 다 떠나고 없다.

발걸음을 옮겨 교실이 있는 건물로 향한다. 정문을 멋지게 지키고 있던 아름드리나무도 이제 없다.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그루터기만 남은 황량함이 내 발걸음을 붙잡는다. 배움터지킴이 어르신과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4층 계단을 힘겹게 오르니 익숙한 공기가 느껴진다. 복도의 감촉, 창 밖에 보이는 풍경. 모든 게 그대로다. 우리 반 교실로 향하며 일찍 온 다른 반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다. 복도 창문이 열려있다. 누군가 환기를 위해 먼저 열어주신 배려다.

그런데 열린 창문으로 보이는 하얀색 거미줄이 솜사탕처럼 가득하다. 얼른 빗자루를 가지고 와서 제거하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더 세게, 더 빠르게 휘두르다 빗자루 앞부분이 빠져 창문 밖으로 떨어진다.

“안 돼~~”

망했다. 내 뒤에 서있던 학생이 그걸 보고 씨익 웃고 있다.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 책상을 걸레로 닦는다. 걸레가 지나갈 때마다 책상에 쌓인 먼지는 사라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책상에 아이들이 앉을 생각을 하니 흐뭇하다. 하나 둘 도착하는 아이들과 인사를 하며 교실청소를 시작한다. 이것도 버리고, 저것도 버린다. 청소의 시작과 끝은 ‘버림’이 아닐까 싶다.

청소가 끝나고 ‘가가볼’ 놀이를 한다. 1학기 동안 함께 생활했지만 방학을 보내고 오랜만에 오는 학교가 낯 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즐겁게 했던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몸을 움직이기를 바랐다. 다른 반 학생들도 내 눈치를 보며 우리 반에 들어온다.

“담임 선생님 허락 받은거지?”

“네~”

우렁차게 대답하며 베시시 웃는 녀석들이 귀엽다. 공 하나로 아이들은 금방 하나가 된다. 아이들이 학교 오는 것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느낀 점은 아이들이 방학 동안 부쩍 컸다는 사실이다. 몸도 마음도 훌쩍 성장한 아이들을 보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초등학교를 통틀어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시기 중 하나가 5학년 2학기라고 하던데. 앞으로 우리 반 아이들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제발 큰 사고는 벌어지지 않기를 기도해본다.

개학 첫 날 해야 할 리스트입니다.  수업시간과 생활지도의 대부분은 목록에서 뺏지만 교사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개학 첫 날 해야 할 리스트입니다. 수업시간과 생활지도의 대부분은 목록에서 뺏지만 교사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름을 불러준다. 개학날 꼭 해야 할 1순위가 바로 이것이었다. 아이들은 어색해서 그런지 눈을 마주 보고 인사를 잘 못한다. 허공에 대고 인사하거나, 땅을 보고 인사하는데 그럴 때는 집요하게 눈을 보며 다시 인사한다. 발표든지, 상담이든지 모든 교육활동의 시작은 눈을 마주보며 시작하는 것이다. 됐다. 이제 시작이다!

“야~ 그거 되게 재밌지 않았냐?”

“그 게임 어때?”

웅성웅성, 조잘조잘... 삼삼오오 모여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아이들을 본다.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을까. 아이들에게 조용하라고 주의를 주기 전에 입을 다물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나는 목소리를 작게 했다. 아이들 목소리에 따라 교사인 내 목소리도 커진다면 자칫 ‘고음대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들의 큰 목소리를 제압하기 위해 내 큰 목소리를 바로 크게 했다면 개학 첫 날부터 나는 목이 쉬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직접 학급목표를 다시 만들고 찍은 단체사진.(사진=최창진 교사)
아이들이 직접 학급목표를 다시 만들고 찍은 단체사진.(사진=최창진 교사)

“건강하게 놀고 자신감이 넘치는 반, 욕과 폭력이 없는 긍정의 반”

바닥에 떨어진 우리 반 1년 목표 작품을 다시 만든다.

자신이 원하는 글자를 선택하고 자신만의 개성으로 글자를 꾸민다. 칠판 위에, 교실 뒤에 우리 반 1년 목표 2학기 버전을 부착한다. 그리고는 아이들과 합창한다.

“‘건강’이란 급식을 골고루 먹고 남기지 않으며, 손 씻기와 양치 잘하기, 복도나 계단에서 뛰지 않으며 다치지 않는 것”

“‘놀기’란 다함께 어울려 즐거움을 공유하고 함께 나누는 행동으로, 자신감은 나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발표하며 상대방의 눈을 보고 양보하며 도와주는 행위”

“‘긍정’이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웃고 ‘할 수 있어’, ‘괜찮아!’ 라고 말하는 습관”

2학기에는 추상적인 학급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용기 내어 도전하는 우리 반이 되도록 각자 노력하기로 했다.

점심 급식 시간, 아이들에게 장난을 건다.

“미안~ 나는 방학 동안 너희 생각 하나도 안했는데?”

“선생님~ 저는 선생님 생각하면 웃겨서 돌아다니면서도 웃으면서 다녔는데요~”

“오~ 그랬어? 고맙네~ 나도 장난한거야!”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들은 이야기를 쉬지 않는다. 밥을 먹으며 주변 아이들에게 집중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5학년 선생님’ 밴드에 허승환 선생님이 올려주신 자료 여름방학 초성게임을 즐겁게 했다. 여행지부터 시사상식까지 아이들은 웃으며 즐겁게 공부했다. 그 중 한 문제에서 아이들이 많이 웃었다.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 ‘ㅅㅅㄴ ㅅㄹㅎㅇ’

정답은 ‘선생님 사랑해요’였지만 아이들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10초 카운트다운을 100초 카운트다운으로 변경했다. 너희들이 맞출 때까지 계속 기다린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이 “선생님 시러해요”라고 말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되네...?

놀랐다. 학생의 창의력은 높게 봐줄만했지만 냉정하게 오답이라고 말했다^^

방학 숙제도 확인하고, 방학 중 겪은 일을 ‘연꽃기법’을 활용해서 글도 써 보고 오늘 한 일 목록을 쓰니 하루 동안 참 많은 일을 했다. 개학 6교시 동안 20명의 아이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많이 웃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연구실에 모였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며 방학에 있었던 일을 나누고 오늘 있었던 일을 공유한다. 역시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주말 동안 재충전해서 2학기가 시작된 현실을 받아 들여야겠다^^

아이들과 2학기도 “ㅎㅂㅎㄱ ㅂㄴㅅ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