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번째 이야기...'교사도 학생도' 오늘은 성교육 받는 날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 오늘 3교시에 성교육 체험버스가 옵니다~ 훌륭한 강사님들이 성교육을 해주실 예정입니다.”

“킥킥... 야~ 성교육한데~!”

“너 진짜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히히...”

성교육 한다는 말에 교실 분위기가 갑자기 어수선하다. 엄청 좋아하는 학생,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는 학생,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학생 등 반응이 참 다양하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면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정확히 모르니까 웃고 그러는 거다”라며 분위기를 잡아 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교육을 해줘야 하는 교사도 교육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아이러니라니.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성교육 버스 '소행성'에 탑승하는 아이들.(사진=최창진 교사)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성교육 버스 '소행성'에 탑승하는 아이들.(사진=최창진 교사)

보건 선생님의 메시지를 받고 별관 1층에 내려가 보니 알록달록 커다란 버스가 보인다. 한눈에 봐도 신기한 이 버스는 청소년성문화센터 ‘와~소행성’ 체험버스다. 소행성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의미를 추측해봤다.

‘소중하고 행복한 성교육을 위해서’인가?^^ 설명을 들으니 거의 맞았다. 정답은 ‘소중하고 행복한 성’이다.

‘소행성’은 여성가족부와 경기도의 후원으로 45인승 대형버스를 개조해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영상자료 및 신생아 모형 등 청소년 성교육에 필요한 각종 시설과 자료들을 갖춘 이동형 청소년 성문화 체험관이라고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안내를 받고 버스에 오른다. 붉은 벨벳 커튼을 지나 들어가니 엄청 넓은 교육장이 나온다. 30명까지도 너끈히 앉아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다행히 우리 반은 20명이라 편하게 자리에 앉는다. 강사님의 알찬 교육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름다운 자연 안에 2억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주 소중한 사람입니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내 옆에 있는 친구들도 똑같이 소중하겠죠. 나도 사랑하고 옆 친구도 사랑하는 5학년 4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나를 쓰다듬고, 옆 친구를 토닥여줬다. 나도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새삼 나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때로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고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에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부딪힐 때 꼭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태어났다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남성의 생식기를 뭐라고 부르죠? 여성의 생식기는 뭐라고 부르나요?”

교육 중 강사님의 질문을 듣고 머릿속이 멍해진다. 나는 입을 떼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며 아이들 눈치를 봤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감 있게 말한다. 정식 명칭을 맞춘 학생도 있고 틀린 학생도 있다.

정답이 뭘까? 바로 ‘음경’(남성의 생식기), ‘음순’(여성의 생식기)이다. 나는 순간 다른 답을 생각했다가 정답을 듣고 웃었다. 분명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갑자기 대답하려니 다른 대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올바른 명칭을 쓰면서 내 몸을 더욱 사랑해야 한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울대요!”

우리 반에 강사님의 질문에 척척 대답하는 학생이 있어 칭찬을 받았다. 성교육에 대해 알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관련 도서를 5권 이상 빌려 혼자 독학한 학생이다. 성적 호기심이 너무 많아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었는데 그건 나의 잘못된 편견이었다.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며 잘못된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는 책에 나와 있는 정확한 정보를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중한 성에 대한 개념, 잘못된 성범죄,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아기가 생기고 태어나는 과정, 임신 7개월 체험, 태동 느껴보기, 갓난아기 안아보기 등 짧은 시간에 다양한 이론과 체험을 경험했다. 성희롱, 성추행 등 이성에 대해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는 점이 매우 중요했다.

소행성 버스 내부에서 성교육 받는 학생들.(사진=최창진 교사)
소행성 버스 내부에서 성교육 받는 학생들.(사진=최창진 교사)

“별처럼 빛나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든 교육이 끝나고 버스 안에 불이 꺼졌다. 천장에는 수많은 별이 보이고 뒤쪽에는 아름다운 문장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우와~~” 다들 신비로운 분위기에 탄성이 나왔다. 우리의 성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교실로 돌아와서 설문지를 작성했다. 아이들의 설문지를 읽는데 한 학생의 글을 읽으며 내가 배웠다.

“성교육이 부끄러운 것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깨달았다.”

오늘 성교육을 받으며 나는 어떻게 성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다. 떠올려보면 나는 학교에서 배우는 성교육보다 친구들에게 전해 들은 내용으로 성을 접했던 것 같다. 몽정해도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고, 선생님께 여쭙지 못했다.

그런데 내 자녀가 생기고, 반 학생들도 만나다 보니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아 해외 성교육 현실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성교육 강국으로 10대 임신율이 가장 낮다는 네덜란드의 경우 4살 때부터 가정에서 성교육을 시작하고 유치원에 올라가면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알도록 토론식으로 성교육을 진행한단다. 미국의 경우는 성기 해부도 다루며 궁금한 점을 해결해주는 익명의 Q&A 시스템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평소 보건실에도 성관계 용품을 배치하는 등 피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자세히 물어보면 눈치가 보이고 부끄러운 영역, 어른들은 모르지만 역설적이게도 아이들은 전부 아는 영역. 우리나라도 성교육을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소중하고 행복한 성을 위해서 말이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