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 박제가의 '북학의'와 실학자 키우는 미래교육
[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 박제가의 '북학의'와 실학자 키우는 미래교육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8.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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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교육의 역할을 고민하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통신은 물론이며 각종 과학기술간의 융·복합이 이루어지고 심지어는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보 및 기술이 매우 빠르게 생성되고 동시에 소멸하고 있으며 그로인해 인간 사회의 모습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해야할 미래 사회는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이며, 변화의 모든 국면마다 크고 작은 위기가 도래할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은 이미 수없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크게는 교육 전반에 대한 교육 정책과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부터, 작게는 각 교과별로 수업 방안에 대한 연구 등 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4C(Criticla thinking, Creative, Collaboration, Communication)로 정리하고, 이에 대응하여 핵심역량을 6가지(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로 정하였다.

이에 따라 각 교과별로 교육과정이 짜여 지고 적용되었으며, 그에 맞게 수업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필자 역시 현장 역사교사로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와 앞으로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역사 수업은 무엇일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으며,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기법과 사고체계를 역사적 사고력과 비교 및 결합하여 역사적 사고의 가치를 찾는 것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특성과 그에 따른 미래사회 인재의 핵심역량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한 논의들을 뒤로하고 단순하게 생각할 때 미래사회의 큰 특징은 변화(급변)와 위기(또는 문제 상황)라고 생각한다.

박제가의 북학의 표지, 1778년(정조 2) 실학자 박제가가 청나라의 풍속과 제도를 시찰하고 돌아와서 그 견문한 바를 쓴 책(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

박제가의 북학의 표지, 1778년(정조 2) 실학자 박제가가 청나라의 풍속과 제도를 시찰하고 돌아와서 그 견문한 바를 쓴 책(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

'북학의', 시대적 통찰력과 판단력, 문제해결 및 실천력를 보여 주다

이렇게 특징지을 때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생존 무기를 가르쳐야 하는가. 그 문제의식에 대한 답의 한 조각을 박제가(1750~1805, 호는 초정)의 ‘북학의(北學議)’에서 찾았다.

‘북학의(北學議)’의 북학(北學)은 ‘북쪽을 배우자’라는 뜻으로, 당시 중국 대륙을 차지한 청(淸)의 문물을 받아들이자는 의미이다. 선진국인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조선을 발전시키자는 주장이 뭐가 특별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 조선은 성리학적 대의명분에 의해 명을 정복한 청을 정벌하자는 북벌(北伐)이 국가적 정책이었다. 청을 오랑캐로 여기며 무시하고 선진국이라 여기지 않았다.

특히 조선 후기에 들어 성리학은 더욱 교조화 되어 당시 변화하는 동아시아 국제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박제가를 비롯한 북학파 실학자들의 이러한 사상은 어찌 보면 국가 정책 기조에 반기를 든 셈이었다.

그러한 점 때문에 결과적으론 북학사상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였다. 이 부분이 청의 발달된 문물을 받아들이자고 했던 소현세자의 죽음과 함께 안타까운 장면으로 남아있다.

박제가가 살았던 18세기, 당시 중국 대륙은 오랜 시간 오랑캐로 여기며 하대하였던 여진족이 세운 청이 명실상부 대륙의 주인으로서 자리 잡았고, 동아시아의 질서를 주도하였다. 또한 서양 각국에서 온 선교사들로부터 새로운 문물이 전해지고 과학기술이 발달하였다.

18세기 말부터 청의 국력이 서서히 약해지는 측면도 존재하지만, 건륭제 연간(1736~1796) 청은 최대 영토를 확보하였고,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강대국이었다.

박제가는 이 시기에 사신으로써 청을 직접 방문하여 청의 발달된 상황을 눈으로 목격하였다. 그리고 사소한 것 하나 하나까지 기억하고 기록하여 조선에 적용하면 좋을 것들을 정리하였다.

‘북학의(北學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흔히 박제가의 ‘북학의’를 이야기할 때 많이 주목하는 부분이 수레의 사용이다. 청나라처럼 수레를 사용해서 물자의 유통을 원활히 하자는 주장인데, 이는 단순히 상공업의 발달뿐만 아니라 농업 생산의 발달을 위해서도 주장된 것이다. 유통이 잘 되어야 생산이 원활해진다는 논리이다. 이는 물자를 우물에 비유하여 적당한 소비를 주장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박제가는 단순히 한두 가지 특정 물건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의 전체적인 유기성을 파악하고 주장한 것이며, 오랑캐라고 여겼던 청의 문물제도를 받아들이자고 주장한 것은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주장이었다.

이렇듯 박제가의 ‘북학의’는 북학파 실학자들의 주장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암 박지원은 이 책을 박제가로부터 직접 받아서는 마치 자신의 생각에서 나온 책 같다며 여러 번 정독했다고 한다.

18세기 조선을 살았던 박제가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까. 바로 ‘시대적 통찰력’과 ‘문제해결력’, 그리고 ‘실천력’이다.

박제가는 당시 정체되어 있었던 조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였고, 당시의 지배관념인 성리학적 대의명분에 가려져 제대로 보지 못했던 청나라의 본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거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조선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도 마련하여 ‘북학의’로 제시하였다. 박제가가 ‘북학의’를 왕에게 올리며 쓴 글에는 “조선에 양반 선비가 너무 많으니 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만약 박제가를 비롯한 중상학파 실학자들의 개혁안이 적극적으로 실행되었다면 조선의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고, 근대사회로의 진보를 보다 빨리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 박제가와 같은 시대적 통찰력과 판단력, 그리고 문제해결 및 실천력을 학생에게 심어준다면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도 타인과 협력하며 자신의 속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교육 방법의 고민이 필요하다"

미래사회는 장밋빛 상황만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위기도 찾아올 것이다. 역사를 보면 우리 민족이 살아온 과정은 위기와 위기극복의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에도 IMF 금융위기도 있었고 현재도 외교 및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서 수많은 잠재적 또는 가시적 위기가 나타나고 있고, 미래사회에는 더욱 많은 위기가 도래할 것이다.

위기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시대적 판단력, 문제해결력, 그리고 실천력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
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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