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 세대갈등 해법, '격몽요결' 서문에서 찾다
[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 세대갈등 해법, '격몽요결' 서문에서 찾다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0.14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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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tvN 방영중인 퀴즈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미지=tvN)
tvN 방영중인 퀴즈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미지=tvN)

최근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You quiz on the block)이라는 프로그램인데, 매주 동네를 하나 정한 후 길거리를 돌며 우연히 만난 일반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대화의 대상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청소년,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과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말 그대로 남녀노소 직업불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억지로 웃기는 과한 웃음이 아닌 잔잔하고 기분 좋은 웃음이 지어진다. 그리고 때로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눈물짓게 하기도 한다.

초등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을 듣다 보면 어른들은 복잡하게 생각할 문제도 단순하고 명쾌하게 답을 내리는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참 대단하시다’, ‘고생 많으셨다’는 마음이 들며 눈물이 나기도 한다.

어린 학생들도 나름의 생각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 존경스럽고, 오랜 삶을 평범하게, 하지만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도 존경스럽다. 각계각층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세대의 생각을 조금은 이해하고 또 존경하게 된다.

요즘 세대갈등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은 서로의 세대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그들의 생각을 비판하거나 심지어 냉소를 보내기도 한다. 격차가 큰 청소년과 노인들 간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한창 동시대에 경제생활을 하는 2040사이에서도 세대 갈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20대에게 40대 상사 및 선배들의 ‘나 때는 말이야...’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꼰대’라는 표현으로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고 낙인찍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세대 갈등은 건강한 사회로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우리 교육은 세대 갈등 문제에 책임이 없는가? 교육을 통해 세대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건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온 어른은 그 자체로 존중받고, 미래를 살아갈 젊은 세대는 인정받고 격려받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세대 갈등의 문제를 단순히 유교적 예의범절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이지만, 젊은 세대는 당위로 받아들이지 않고 권위주의로 받아들일 수 있다. 유교적 예의범절을 강조하다가는 ‘꼰대’ 소리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원론적인 말이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접근해야 한다.

율곡이이(栗谷李珥. 1536~1584)
율곡이이(栗谷李珥. 1536~1584)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굳이 고전이 아니라도 수많은 책에서 그 논리와 근거를 찾을 수 있지만, 오늘은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 서문(序文)을 재해석하여 그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격몽요결’(擊蒙要訣)이라는 책은 조선 성리학의 대학자 이이(1536~1584) 선생이 학문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지침서 목적으로 쓴 책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1장 입지(立志, 뜻을 세우다), 2장 혁구습(革舊習, 낡은 습관을 개혁하라), 3장 지신(持身, 몸가짐), 4장 독서(讀書, 책 읽기), 5장 사친(事親, 어버이를 섬기다), 6장 상제(喪制, 장사제도), 7장 제례(祭禮, 제사의례), 8장 거가(居家, 집안에서의 생활), 9장 접인(接人, 사람 대하는 법), 10장 처세(處世, 세상에 처하는 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구성된 『격몽요결』은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학문에 뜻을 두건 그렇지 않건 간에 참사람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을 말하고 있고,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민속대백과사전)
조선 중기에 율곡이이가 초학자를 위하여 초등과정의 교재로 개발한 유교적 수신서(修身書).(사진=한국민속대백과사전)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이 아니고서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 학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또한 이상스럽거나 별다른 사건이나 물건이 아니다.

학문이란 단지 아비 된 사람은 자애로워야 하고 자식된 사람은 효도해야 하며, 신하가 된 사람은 충성을 다해야 하고, 부부가 된 사람은 분별이 있어야 하고, 형제가 된 사람은 우애가 있어야 하며, 젊은 사람은 웃어른에게 공손해야 하고, 벗이 되었다면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나날이 살아가는 일상의 행동에서 저마다 그에 마땅한 일을 따르면 될 뿐이고, 마음을 아득하고 묘한 곳으로 내달려 기이한 효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격몽요결』 서문-

그중 서문은 책의 의도와 목적을 간단하고 명쾌하게 쓴 명문이다. 학문의 중요성과 학문의 목적이 지식 획득이 아닌 수양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이 아니고서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는 첫 문장은 학문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뒤이어 각자의 맡은 일을 잘 수행하는 것이 학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조선시대는 성리학의 시대였으므로 학문도 성리학을 말하는 것이고, 모든 일상생활이 성리학적 질서와 교리에 의해 행해졌기 때문에 생활과 학문이 분리될 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문장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용하며 재해석해보자. 먼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이 아니고서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는 문장을 뒤집어 보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학자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각자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마땅히 잘 수행하는 것이 학문 행위다. 부모의 역할, 자식의 역할, 직장인의 역할, 학생의 역할 그리고 자신의 직업을 수행하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이 모든 모습이 학문의 행위이며, 그렇게 살아온 모든 사람은 모두 훌륭한 학자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학자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서 존경의 대상으로 삼는다. 학문의 길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어느 한 분야에 도통한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혜안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이 선생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학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살아온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학문을 수행한 학자로서 존경받아 마땅하다.

물론 모든 사람의 삶이 존경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 주체로서 스스로를 경계하며 도덕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만이 존경받아야 한다.

여기서 도덕적인 삶이라는 것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남에게 반감이나 피해를 주지 않고 사회에 도움이 되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도덕적 삶이다.

‘격몽요결’ 서문의 ‘마음을 아득하고 묘한 곳으로 내달려 기이한 효과를 바라는 것’은 도덕적 삶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며, ‘모두가 나날이 살아가는 일상의 행동에서 저마다 그에 마땅한 일을 따르면 될 뿐’이라는 말이 도덕적 삶의 기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이 학문의 길이고 방법이다. 율곡 이이 선생은 당시에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구체적 지침을 ‘격몽요결’의 10개 장에 친절히 담아 놓았다.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수많은 어르신의 삶을 들어보면 어느 한순간 만만했던 순간이 없었고, 어느 삶도 힘들지 않았던 삶이 없다. 그리고 어린 학생이나 젊은 세대들의 삶을 들어보면 어느 것 하나 자기 마음처럼 쉽게 되는 것이 없고, 최선을 다해도 얻어지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기성세대는 각자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라. 어느 한순간이라도 쉽거나 만만했던 적이 있었는가.

우리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학문을 하며 살아가는 학자이므로 서로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경해야 한다. 모두가 나날이 살아가는 일상의 행동에서 저마다 그에 마땅한 일을 따르는 것이 학문의 길이라는 율곡 이이 선생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학문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세대 내 갈등과 세대 간 갈등 모두 건강하게 해결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과 사고는 결국 교육으로 심어주어야 한다. 2015 교육과정에 고등학교 ‘고전과 윤리’라는 선택과목이 새로 만들어졌다. 교과서도 한 권 편찬되었다. 동서양의 다양한 고전을 통해 자신과의 관계 맺기부터 타인과의 관계 맺기, 그리고 국가와 사회와의 관계 맺기, 자연과의 관계 맺기의 관점으로 서술되었다.

그 첫 장에 ‘격몽요결’이 뜻 세움 내용으로 편성되어 있기도 하다. 요컨대 고전을 통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서로의 삶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자세를 함양시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
이창규 경기 평택 한광중 역사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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